[웅기자의 괴식기] 중도 보수파가 말하는 '죽(粥)다움'이란

본죽&비빔밥카페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죽'
각각의 토핑은 맛있지만, 섞이면 묘한 맛
토핑 크기가 죽치곤 커 음식 본질과 상충
  • 등록 2018-12-08 오전 7:30:00

    수정 2018-12-08 오전 7:30:00

본죽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죽’ (사진=본아이에프)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음식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면, 필자의 성향은 ‘중도 보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먹던 맛, 알던 맛을 선호하고 지나치게 실험적인 요리는 사양한다.

모든 실험적인 음식이 맛없진 않지만, 호기심에 도전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그 음식이 시판용이라면 왜 실험을 자꾸 현장에서 하는지 되묻고 싶다. 높은 분의 의견을 거역하지 못한 것일까.

그런 성향을 가진 필자가 이 ‘괴식기’를 연재 중이다. 많은 이들이 같은 후회를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번 괴식기의 주인공도 상당히 실험적인 음식이다. ‘이게 왜 여기에?’라는 생각으로 두 눈을 의심하며 구매했다.

본죽&비빔밥카페에서 출시한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죽’이다.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구운 버섯 불고기란 뜻이다. 여기까진 좋다. 맛있을 것 같다. 그런데 뒤에 붙은 단 한글자가 걸린다. ‘죽’.

비빔밥도 팔면 차라리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비빔밥’을 만들지 않고 왜 굳이 죽에 이 토핑을 올렸을까란 의문부터 들었다.

실제로 구매해 본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죽’. 비주얼이 혼란스럽다. (사진=이성웅 기자)
의문은 직접 먹어보고 해소해야 하기에 집 근처 본죽에서 포장으로 구매했다.

참고로 이 메뉴는 본죽의 별미 요리죽 라인인 ‘본죽 시그니처’의 첫 메뉴다. 한마디로 본죽에서 매우 야심차게 개발한 메뉴라는 뜻이다.

본죽은 그동안 쉽게 접해왔던 죽 뿐만 아니라 메뉴의 다양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브랜드다. 지난 2009년 방영했던 KBS 드라마 ‘꽃보다남자’에서 PPL로 ‘치즈죽’이 등장했을 때 ‘시판용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판하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포장용기의 뚜껑을 열자 김과 함께 직화로 구운 음식에서 나는 ‘불향’이 물씬 풍겨왔다. 구성을 보면, 일반 흰쌀 죽 위에 토핑을 얹은 모습이다. 그런데 일단 비주얼이 썩 먹음직스럽진 않다. 차라리 매장에서 먹었더라면 제대로된 비주얼이 아니었을까.

치즈양은 합격점이다. 그렇지만...(사진=이성웅 기자)
토핑은 크게 4가지다. 메인인 구운 버섯 불고기, 마늘 후레이크, 모짜렐라 치즈, 쪽파다. 일단 치즈양이 풍성하다. 그런데 이 치즈가 죽과 섞였을 때 어떤 맛과 모습일지 상상이 안갔다.

돼지 불고기 역시 엄청난 맛을 자랑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반찬이나 요리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만 했다. 다만, 고기나 버섯에 전혀 그을린 자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나는 불향은 목초액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걸 어떤 방식으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다 섞기로 했다. 불고기 양념이 죽 전체적으로 퍼지면서 색이 간장 양념을 한 것처럼 변했다.

죽에 들어간 고기가 지나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사진=이성웅 기자)
한입 먹었는데 정말 오묘한 맛이 났다. 흰죽이 싱거워 간장을 비벼먹다보면 주변부에 간장의 단맛 정도만 남아있게 되는데 딱 그맛이다. 함께 제공된 양념장을 추가로 넣지 않으면 불향만 나는 심심한 맛이 된다.

양념 간장을 넣으니 간은 좀 맞춰졌다. 그런데 이 양념 간장과 불고기 양념과는 다른 소스인듯하다. 전에 없던 매운맛이 생기고 고춧가루가 눈에 띈다.

치즈는 죽 전체에 녹아들어가 뜰 때 살짝 늘어나는 정도일 뿐 치즈 특유 식감은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고기가 생각보다 큼직하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죽에 기대하는 것들이 토핑과 상충되는 셈이다.

그냥 밥에 비벼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사진=이성웅 기자)
여기서 든 또 다른 의문은 왜 재료를 좀 더 잘게 썰고 죽 전체에 맛이 배도록 요리하지 않았는가이다. 본래 본죽에서 죽을 어떻게 조리하는지는 모르지만, 소고기야채죽의 경우도 쌀과 재료를 함께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이면서 익히는 게 정석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음식이었다. 혹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비빔밥이 나온다면 반드시 맛있게 먹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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