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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험적인 음식이 맛없진 않지만, 호기심에 도전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그 음식이 시판용이라면 왜 실험을 자꾸 현장에서 하는지 되묻고 싶다. 높은 분의 의견을 거역하지 못한 것일까.
그런 성향을 가진 필자가 이 ‘괴식기’를 연재 중이다. 많은 이들이 같은 후회를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번 괴식기의 주인공도 상당히 실험적인 음식이다. ‘이게 왜 여기에?’라는 생각으로 두 눈을 의심하며 구매했다.
본죽&비빔밥카페에서 출시한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죽’이다.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구운 버섯 불고기란 뜻이다. 여기까진 좋다. 맛있을 것 같다. 그런데 뒤에 붙은 단 한글자가 걸린다. ‘죽’.
비빔밥도 팔면 차라리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비빔밥’을 만들지 않고 왜 굳이 죽에 이 토핑을 올렸을까란 의문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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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메뉴는 본죽의 별미 요리죽 라인인 ‘본죽 시그니처’의 첫 메뉴다. 한마디로 본죽에서 매우 야심차게 개발한 메뉴라는 뜻이다.
본죽은 그동안 쉽게 접해왔던 죽 뿐만 아니라 메뉴의 다양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브랜드다. 지난 2009년 방영했던 KBS 드라마 ‘꽃보다남자’에서 PPL로 ‘치즈죽’이 등장했을 때 ‘시판용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판하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포장용기의 뚜껑을 열자 김과 함께 직화로 구운 음식에서 나는 ‘불향’이 물씬 풍겨왔다. 구성을 보면, 일반 흰쌀 죽 위에 토핑을 얹은 모습이다. 그런데 일단 비주얼이 썩 먹음직스럽진 않다. 차라리 매장에서 먹었더라면 제대로된 비주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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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불고기 역시 엄청난 맛을 자랑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반찬이나 요리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만 했다. 다만, 고기나 버섯에 전혀 그을린 자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나는 불향은 목초액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걸 어떤 방식으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다 섞기로 했다. 불고기 양념이 죽 전체적으로 퍼지면서 색이 간장 양념을 한 것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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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는 죽 전체에 녹아들어가 뜰 때 살짝 늘어나는 정도일 뿐 치즈 특유 식감은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고기가 생각보다 큼직하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죽에 기대하는 것들이 토핑과 상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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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많이 남는 음식이었다. 혹 로스트 머쉬룸 불고기 비빔밥이 나온다면 반드시 맛있게 먹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