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철회·흥행 실패·수익률 부진 이어져
16일 보로노이는 IPO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는 14~15일 이뤄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노이는 지난 1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철회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예측 참여가 저조해 공모가가 낮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로노이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6만5000원이었다. 공모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은 6667억원이다. 그런데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제도’로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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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노이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상장을 연기한 바이오 기업은 올해만 4개로 늘어났다. 앞서 파인메딕스, 한국의약연구소, 퓨쳐메디신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자진철회했다.
상장 후에는 수익률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가가 7000원에 형성됐던 애드바이오텍의 16일 종가는 4875원이었고, 바이오에프디엔씨는 공모가 2만8000원에서 16일 1만8200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노을은 1만원에서 7400원으로 공모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헬스케어 산업 붐 일으킬 기술, 성과 증명 관건”
올해 초반부터 IPO 시장에서 제약·바이오주들이 맥을 못추는 데는, 시장에서 뒤늦게 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지금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과거 업황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곳들이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제약·바이오 섹터가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로 시장 기대에 비해 성과가 안 나오는 등의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장사들의 주가가 많이 내렸다. 시장에서는 기존 상장사와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서 기업 가치가 과장됐다고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제약·바이오 버블’이었을 때는 기업 가치나 가격이 과장됐어도 용납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더 따져볼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의약품 지수는 2만 1805.04에서 1만 7204.26으로 전년 대비 18.4% 하락했다. 16일에는 그보다는 조금 오른 1만 5413.26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이 IPO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데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현금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성장주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바이오주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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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이어진 부정적인 이슈들도 투심 악화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만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서 대규모 횡령 사태가 발생했고, 메드팩토(235980)가 개발 중인 항암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 2상에서 사망 사례가 나왔다. 안트로젠(065660)도 당뇨족부궤양 치료제 임상 3상 실패 소식을 알렸다.
허 연구원은 “투심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하반기 로슈 알츠하이머 치료제 간테레누맙 등 임상 3상 발표 등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며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붐을 통한 분위기 반등을 내다봤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대를 모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성과라는 게 업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