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해요"…아이폰 들고 '전당포' 찾는 2030

코로나 시기 2030대 대출·연체율 모두 증가
전당포에 물건 맡기고 대출…신용기록 안 남아
프랜차이즈·IT전당포 등장, 은행 창구 서비스도
"청년 장기 저금리 융자 지원 등 대책 필요"
  • 등록 2023-06-07 오전 7:25:00

    수정 2023-06-07 오전 7:25: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대출 받는다고 해서 신용등급 떨어질 일도 없고…급하게 돈 필요해서 왔죠.”

30대 이모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전당포를 찾아 시계를 맡겼다. 급히 생활비가 필요하다면서 500만원에 구매한 스위스 명품 브랜드 손목시계를 맡기고 100만원을 빌렸다. 이씨는 “요즘같이 금리도 높은 때 전당포는 신용등급에 상관이 없어 돈이 될까 해서 이거라도 들고 왔다”면서 “기간은 정하기 나름이고 이자는 연 20%를 월별로 나눠서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5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전당포 입구 모습.(사진=조민정 기자)
5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강남구 A전당포 입구엔 먼저 다녀간 고객들이 맡긴 디지털카메라와 렌즈, 명품가방, 시계 등이 빼곡한 대형 진열대가 가장 먼저 입장객을 맞이했다. 진열장 내부엔 상품별로 빌린 금액이 적힌 ‘작은 꼬리표’도 붙어 있었다. A전당포 관계자는 “고객 연령층을 따로 집계하진 않지만, 예전엔 젊은 고객이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전자기기를 맡기러 오는 청년층이 많이 늘었다”며 “연휴 기간엔 별로 없는 편이고 평일에 주로 방문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빚(부채)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계층은 20~3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30대 이하 대출잔액은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해 총 514조5000억원으로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19년 4분기(404조원)보다 약 27.4% 늘었다. 해당 증가율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30대 연체율도 덩달아 올랐다. 30대 이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0년 4분기 이후 줄곧 0.4%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분기 0.5%로 0.1%포인트(p) 상승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의 대출 수요가 늘면서 전당포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1999년 전당포영업법 폐지로 대부업권에 포함된 전당포는 상대적으로 상품가치가 낮은 물건도 취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당포에선 금융기관 대출과 달리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데다, 실제 돈을 빌려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대출 기록이 남지 않는다.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가능하다 보니 복잡한 절차 없이 휴대전화·노트북·아이패드 등 물건을 잠깐 맡기고 급전을 마련할 수 있다.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전당포 내부 모습. 과거 음침한 이미지의 전당포와 달리 은행처럼 상담 창구가 마련돼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요즘 전당포는 방문객의 연령층이 다양해지면서 과거 어둡고 음침한 골목 속 분위기와 사뭇 달라졌다. 전국 곳곳에 가맹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전당포’가 등장했고, 휴대전화·노트북·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주로 맡기는 청년층을 겨냥한 ‘IT전당포’도 생겼다. 이용자 편의와 서비스 확대를 위해 마치 은행처럼 대출·수납 등 상담 창구마다 상담원을 배치하기도 했고, 사진으로 감정을 받고 물건을 택배나 퀵서비스로 전달하는 비대면 대출을 진행하는 전당포도 나타났다.

전당포 관계자에 따르면 청년층이 주로 맡기는 전자기기에 따른 대출금 시세는 때에 따라 다르다. 기종과 구매시기, 사용감 등에 따라 감정가가 정해지는데 최대 200만원까지 책정된 경우도 있고 고작 10만원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 저성장 국면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확산에 따라 청년들이 전당포를 찾는 경우가 느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위한 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상품 확대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대박’ 가능성을 추구하다 절박한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며 “꼭 내 집 마련 목적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젊으면 장기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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