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강원래의 편지…장애인도 일하고 싶어요

  • 등록 2017-05-16 오전 6:00:00

    수정 2017-05-16 오전 6:00:00

[강원래]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요즘 TV에서 많이 변화된 청와대 모습을 보았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이 겉옷을 벗어 왼쪽 팔에 걸치고 하얀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며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청와대의 그런 모습을 보고 ‘탈 권위’라고 칭찬을 하죠. ‘권위적인 모습이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듯 우린 많은 편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오해는 심합니다. 장애인은 능력이 없다, 느리다, 무식하다, 불쌍하다, 평생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등 수많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280만명입니다. 장애유 형도 아주 다양하지요.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그리고 내부 질병으로 인한 장애 등 15가지로 분류를 합니다. 장애인 등록을 안한 분들까지 합하면 4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인구의 9%는 장애라는 문제를 갖고 사는 거죠.

선진국에서 대한민국을 찾은 장애인이 항상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 길거리에서는 왜 장애인을 보기가 어렵죠? 장애인이 없나요?”라는 것입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대중교통이나 길거리가 불편해서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은 “장애인을 자주 만나면 그런 편견은 없어질 텐데, 장애는 불편이 아니라 그들의 개성일 뿐인데”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이쯤에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KBS3라디오 DJ로 일하고 있는 지체장애1급의 휠체어 장애인 강원래입니다. 저의 장애 상태는 가슴부터 발끝까지 감각이 없습니다. 두 팔을 감각이 있어 휠체어를 직접 움직입니다. 20년 전에 ‘클론’이란 남성 듀오로 활동할 당시엔 저 아주 유명했습니다.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익숙지 않은 장애인의 삶이 힘들어 화도 냈고, 울기도 했고, 심지어는 세상을 포기하려고도 했죠. 하지만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장애인을 보며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됐스니다. 특히 저를 챙겨주는 아내 김송과 클론 멤버 구준엽 등 동료 덕에 다시 웃음을 찾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시험관아기시술 7전 8기 끝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신이 나고 행복합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2세도 갖게 되고, 일도 열심히 하며,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장애인이?’라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많은 이들이 장애인과 함께 일하면 일일이 다 챙겨야 하기에 일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이기에 늦는다고 할 것 같아 일부러 더 일찍 일어나 움직입니다. 그리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좋은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일하게 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께서 가장 역점을 두시는 것이 일자리라고 들었습니다. 장애인 일자리에도 많은 관심 둬주십시오. 청와대에도 장애인을 고용하여 선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에서 장애인의무고용율을 지켜야 정부와 공공기관 더 나아가 기업에서 장애인의무고용율 3%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 춤과 관련된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장애를 갖고 예술 활동을 하는 장애예술인이 1만명이 넘습니다. 그들의 예술 활동이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관심을 두신다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글=강원래 가수 겸 라디오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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