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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에밀리아 로마냐 오픈에서 서배스천 코다(미국)가 우승하자 넬리 코다가 했던 투정 아닌 투정이다. 서배스천은 테니스 선수로 활동 중인 넬리의 남동생이다.
불과 3개월 만에 넬리 코다는 이 같은 상황을 스스로 바꿔놨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이어 7일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유명 스포츠 스타들로 가득한 가족 중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제 페트르는 넬리의 아빠, 레지나는 넬리의 엄마, 제시카는 넬리의 언니, 서배스천은 넬리의 남동생으로 불리는 걸 자랑스러워 하게 됐다.
넬리의 가족은 유명한 스포츠 집안이다.
아버지 페트르는 1988년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 우승자다. 어머니 레지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체코 대표로 출전한 테니스 선수다. 언니 제시카는 넬리보다 6년 먼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다. 가족 모두 프로 선수 출신 또는 올림피언이다. 스포츠 유전자만 놓고 보면 ‘금수저’ 집안인 셈이다.
남동생 서배스천이 우승할 때만 해도 넬리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였다. 당시 기준 1위 고진영, 2위 박인비, 3위 김세영에 이어 미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였다. 언니 제시카보다는 무려 8계단이나 높은 순위였지만, 그는 여전히 제시카의 동생 또는 페트르의 딸로 더 많이 불렸다.
그의 가능성과 재능을 먼저 발견한 건 국내 기업 한화다. 당시 ㈜한화에서 운영하던 골프단을 인수한 한화큐셀은 외국인 선수 1호로 넬리 코다를 영입했다.
한화큐셀의 모자를 쓸 때만 해도 넬리의 세계랭킹은 200위권이었다. 하지만, 이후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였다. 2017년 말 7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8년 시즌 종료 시점엔 22위로 더 올랐다. 2019년 LPGA 투어의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끝난 뒤엔 3위로 여자골프 ‘빅3’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넬리는 6월 29일자 세계랭킹에서 1위로 등극했다.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는 넬리는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2018년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 클래식 참가를 위해 입국한 넬리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언니 제시카와 함께 곧장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언니와 함께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넬리는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우상이자 한 발 앞서 있던 언니와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선 넬리는 미국 여자골프의 새 역사를 쓰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33)와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 그리고 김세영(28)과 김효주(26) 등 막강한 한국 선수와 홈코스의 이나미 모네(일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추격을 모두 뿌리치고 미국 여자골퍼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동시에 가족 최초의 메달리스트라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
언니 제시카는 동생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꿈같은 시즌이다. 마치 박인비가 할 법한 일을 해낸 것과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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