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열두살 '처음처럼' 무술년 매출 1兆에 취해보련다

개띠생 '처음처럼', '황금 개띠해' 맞아 매출 1조원 달성 목표
'물 마케팅'에 주목, 소주 시장에 새 패러다임 제시
롯데 유통 인프라 '날개' 달고 전국화 실현
  • 등록 2018-01-04 오전 6:00:00

    수정 2018-01-0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 2006년 병술년(丙戌年) 2월. 당시 진로의 ‘참이슬’이 굳건하게 지켜온 소주 시장에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한 ‘처음처럼’을 내놓은 것.

부드러우면서도 숙취를 줄여준다는 점을 강조한 처음처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를 휩쓴 ‘웰빙’(well-being·참살이) 열풍과 맞아떨어지면서, 출시한 지 6개월도 안 돼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하며 소주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출시 1년 만에 전국 시장점유율 13.7%, 특히 서울은 24.4%에 이르면서 전국 2위의 소주업체로 발돋움했다.

꼭 12년이 흘러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를 맞아 롯데주류는 올해 매출 1조원 달성과 함께 시장점유율 1위까지 넘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녹색 소주병의 시작 ‘그린소주’…전국 브랜드로 발돋움

롯데주류의 전신 강릉합동주조㈜ 역사는 9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6년 설립된 강릉합동주조는 강원도를 지역 기반으로 한 ‘경월’ 생산을 시작했고 당시 강원도에서 약 8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강릉합동주조는 1973년 경월주조㈜, 1991년 경월㈜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1993년 11월 두산에 인수되면서 ㈜두산경월로 새롭게 출범했다.

두산경월은 1994년 1월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공략할 ‘그린소주’를 출시한다. 당시 옅은 하늘색이나 투명한 흰색이었던 일반 소주병과 달리, 자연친화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컬러 마케팅을 접목해 업계 최초로 녹색 소주병을 도입했다.

‘자도주 보호법’(1개 시도별 1개 업체만 생산, 50% 점유율을 보호해주는 법)이 1996년 폐지되면서 수도권 진출은 한층 손쉬워졌다. 녹색 소주병이란 독창적인 마케팅과 영업 범위 확대가 맞물리면서 1997년 전국 시장점유율은 20%를 넘어선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31.1%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3년 시장점유율 고작 5% 수준에 불과했던 두산경월을 전국 브랜드로 거듭나게 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1998년 ㈜두산경월·㈜두산백화·㈜오비맥주의 와인사업부문을 통합한 두산주류BG가 출범한다. 안정적인 조직문화체계를 구축한 두산주류BG는 소주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같은해 12월 ‘뉴 그린’에 이어 2001년 녹차 성분을 함유, 소주 특유의 숙취를 개선한 ‘산’을 출시했지만 그린소주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야심작 ‘처음처럼’의 등장, 새 패러다임 제시

소주 시장에 처음처럼이 등장하기 전 업체들은 물과 알코올, 첨가물로 이뤄진 소주에서 비중이 채 1%도 안 되는 첨가물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케팅 역시 제품의 원료, 첨가물을 강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롯데주류는 소주의 약 80%를 구성하는 ‘물’에 주목하고 알칼리 환원수를 승부수로 띄웠다. 물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치열한 물 연구를 통해 약알칼리성일 때 물분자가 치밀한 육각수에 가까워진다는 점에 착안, 항산화 기능이 있는 알칼리 환원수를 제조용수로 선택했다.

미네랄이 풍부한 강원 지역의 천연 암반수를 제조용수로 선택한 롯데주류는 물이 알칼리 환원수로 변하는 과정에서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도 풍부해져 맛이 더욱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고 경쟁 업체들도 물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웰빙’ 열풍을 반영해 알칼리 환원수의 속성을 부각시키며 소비자에게 다가간 롯데주류는 단기간에 잃었던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전 제품인 ‘산’의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했는데, 처음처럼 출시 이후 불과 10개월 만인 2006년 12월 시장점유율은 배 이상인 12%로 껑충 뛰었다.

◇‘진로맨’과 네이밍(이름짓기)


처음처럼의 성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홍보전문회사 바움커뮤니케이션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한기선(67)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다. 대우중공업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해 1992년 진로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한 회장은 진로 부사장과 진로발렌타인스 부사장을 거친 ‘진로맨’이다. 참이슬이 출시된 1998년 진로의 영업본부장으로 ‘참이슬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한 회장은 2003년 오비맥주로 이직해 부사장을 맡았지만 1년 만에 암 판정(대장암 3기)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다. 힘겨운 항암 투병생활을 마치고 완쾌 판정을 받았을 때 손을 내민 곳이 롯데주류의 전신인 두산주류BG였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한 회장은 흔쾌히 승낙을 하지 못했다. 소주 시장의 ‘철옹성’이자 ‘친정’인 진로에 맞선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알칼리 환원수의 효능을 소주에 적용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수술을 끝내고 10개월 동안 집에서 ‘백수’로 지내던 시절, 알칼리 환원수를 챙겨 마셨더니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진로 시절부터 ‘좋은 소주는 물에서 판가름 난다’는 그의 소신이 빚어낸 처음처럼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한 회장은 새 제품을 만든 뒤 마지막으로 이름을 짓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 몇 곳을 접촉했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을 얻지 못했다. 제품 출시 2주를 앞두고 한 회장은 네이밍 전문업체 ‘크로스 포인트’의 손혜원 대표(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연락했다. ‘처음처럼’은 손 대표가 제안한 두 개의 이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처음처럼 이름을 사용하는 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었다. 처음처럼 이름과 독특한 글씨체(쇠귀체)의 원작자는 손 대표가 아닌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였다. 평소 손 대표와 신 교수는 신앙 등을 고리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신 교수의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었다. 당시 두산주류에서 일했던 롯데주류 관계자는 “존경받는 학자이신데, 과연 술 이름에 자신의 글을 사용하도록 허용할지 확신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손 대표의 제의를 들은 신 교수는 의외로 흔쾌히 문구와 글씨체 사용을 허락했다. 그는 “서민들이 많이 즐기는 대중적 술 소주에 내 글이 들어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주류 측은 여러 차례 저작권료 지불을 시도했지만 신 교수는 극구 사양했다. 결국 저작권료 대신 당시 신 교수가 몸 담고 있는 성공회대에 1억원을 장학금 형식으로 기부했다.

고(故) 신영복(왼쪽) 전 성공회대 교수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롯데 유통 인프라 ‘날개’ 달고 전국화 실현


품질과 브랜드, 마케팅의 3박자가 어우러지며 처음처럼은 단박에 소주시장 2위 자리를 꿰찼다. 2007년 20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19.5도로 낮추자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19.5도 소주’를 내놓을 정도로, 처음처럼은 순식간에 소주 시장의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이 유행한 것도 처음처럼의 약진에 도움이 됐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처음처럼을 섞은 ‘카스처럼’이 유행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회오리주’가 인기를 끌었다.

2009년 국내 최대 유통망을 갖춘 롯데그룹으로 편입, 롯데주류로 새롭게 출범한 뒤 처음처럼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롯데의 숙원인 주류사업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롯데주류는 마케팅 활동을 한층 강화하면서 ‘처음처럼의 전국화’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처음처럼’ 라벨 디자인을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를 담아 특별한 라벨을 만들어 주는 ‘마이라벨 이벤트’ 등 독창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목 넘김이 부드러운 소주, 처음처럼’을 일관되게 전달한 결과,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전국 어디에서나 처음처럼을 함께할 수 있도록 ‘처음처럼 전국화’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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