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성장주 지속의 전제조건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등록 2020-08-07 오전 5:00:00

    수정 2020-08-07 오전 5:00:00

미국 대표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별칭 되는 기업들이 미국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높아질 정도다. 미국 시가총액이 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니까
몇 개 종목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8%를 차지하는 셈이 된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는 기업도 애플(1.8조), 마이크로소프트(1.5조), 아마존(1.5조), 구글(1조) 4개사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 3위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더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테슬라는 주가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6월 한때 거래일수 열흘 만에 주가가 80% 상승할 정도였는데 미래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정상적인 주가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국 시장은 앞서가고 있는 몇몇 종목이 꺾일 경우 전체 시장이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도 많이 발견된다. 애플도 그 중 하나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2200조원 정도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500조원이니까 코스피의 1.5배에 해당한다. 애플의 분기당 영업이익은 8조원, 코스피의 해당 수치는 30조원을 넘는다. 이익과 시가총액을 합쳐서 따지면 애플이 우리시장보다 4배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영업이익 8조원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00조원정도 되니까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8배나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 된다. 애플의 성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높은 주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컴퓨터나 피처폰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기술 발전이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해당기기가 빠르게 상품화돼 버리는데 이때부터는 누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느냐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낮은 가격은 중국을 이길 재간이 없다. 그 면에서 보면 애플의 성장성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시장에서 성장성에 대한 몰입은 업종 단위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포털, 게임이 이에 해당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언택트(비대면)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고, 바이오의 성장성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성장성 부각은 실제 상황 개선보다 주가 상승으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인 만큼 주가가 꺾일 경우 빠르게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2000년 IT 버블 때와 2017년 바이오 상승 때 이미 경험했었다.

성장주는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선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때에만 지속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의 평가도 그쪽에 맞춰지게 된다. 처음 시장 규모가 작을 때에는 이익으로 회사를 평가할 수 없어 매출 증가가 중시되는데 이게 시장을 만들어가는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처음 매출을 중심으로 진행하던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으로 바뀐다. 회사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래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지, 또 높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앞에서 얘기한 미국의 선두 기업들은 잉여현금 창출과 시장 지배 면에서는 문제가 없는 곳들이다.

우리시장에서 대표 성장주로 거론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잉여현금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들어갔다. 문제는 성장성이다. 생필품 중심의 스마트스토어가 자리를 잡았고 웹툰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검색 엔진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건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성장성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는 더하다. 신약 개발을 통한 이익 창출이 언제쯤 이루어져 높은 주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장이 성장 테마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이익 창출 능력을 미리 예단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상태가 되면 매출 증가를 이익 증가로 확대 해석하게 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평가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성장주들이 그런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언택트와 치료제 개발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는데 코로나19가 조용해질 경우 주가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좋지 않은 신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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