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추구할 가치, 사랑과 평등 아닌가요?"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임성현 연출
교회 문제 꼬집은 작품, 교회發 코로나로 취소
13일 단 1회 온라인 공연…"연대의 공동체 느끼길"
  • 등록 2020-09-08 오전 5:30:00

    수정 2020-09-08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속상하죠. 다른 이유도 아니고 교회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고 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의 임성현 연출은 7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연 취소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담담한 목소리에서 공연 취소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전해졌다. 그는 “교회의 문제를 다루고자 준비한 공연이 교회에서 확산된 코로나19로 못하게 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콘셉트 이미지(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테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꼬집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사랑제일교회를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면서 오는 8일로 한 차례 개막을 연기했다. 이후 2.5단계가 되자 지난 3일 결국 대면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쿵짝 프로젝트가 공동제작한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화와 소수자 혐오 문제를 짚어보는 작품이다. 기독교가 그동안 배제했던 퀴어(Queer,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용어)를 예배 전담자인 제사장으로 세우고 예배 형식을 차용한 이색적인 무대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다.

임 연출은 아버지가 목회자다. 기독교와 누구보다 가까운 만큼 기독교가 지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쿵짝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 ‘예수 고추 실종 사건’ ‘삼일로창고극장 봉헌예배’ 등을 발표하며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다루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임 연출이 생각하는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가치는 사랑과 평등이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오히려 반대를 향해 가고 있다”며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혐오의 언어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문제의 근원을 자세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에 등장하는 퀴어 제사장은 2003년 만 1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퀴어 운동가 육우당(본명 윤현석)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이다. 성소수자면서 크리스찬이었던 육우당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기독교로부터 동성애 혐오 공격을 받아 결국 죽음을 택했다.

임 연출은 “육우당은 예수를 사랑한 신자였지만 교회 때문에 죽었다는 점에서 예수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공연으로 육우당처럼 차별과 혐오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그들과 연대하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음을 함께 느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번 공연은 실제 예배처럼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성찬식으로 쿠키를 나눠 먹으며 진행할 예정이었다.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공연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됐다. 임 연출은 “비록 온라인이지만 관객들이 공연장에 온 것처럼 공연과 함께 하면서 특별한 공동체를 경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의 온라인 공연은 오는 13일 오후 3시 서울문화재단 ‘스팍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 1회 생중계한다.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콘셉트 이미지(사진=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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