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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달 17~26일 네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응찰액이 9200억원에 그쳤고 실제 발행량 역시 결국 목표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5900억원이 됐다. 급격한 발전 연료비 급등 속 회사 운영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급격히 경색하고 투자심리가 위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가 지난 9월말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을 계기로 한국 채권 신용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안 그래도 시중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가 한국 정부(강원도)가 보증한 채권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 국내외 투자자가 한국 기관·기업의 채권을 불신하게 된 것이다. 한전뿐 아니라 한국가스공사(036460),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사채 유찰도 함께 늘고 있다.
한전은 올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세계 에너지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 연료비가 평소보다 2~3배 뛰면서 올해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3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들어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약 20% 인상했으나 2~3배 오른 원가를 메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전은 결국 회사채 발행량을 늘려 이를 메우려 해 왔으나, 회사채 시장 불안 속 이 역시 녹록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은 자료를 통해 “해외채권 추가 발행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은행 차입 확대로 차입 재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