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패싱' 논란…포토라인이 뭐길래

취재 편의·불상사 방지 차원 언론 자율 규약
2006년 기자協 3곳 '포토라인 시행 준칙' 제정·시행
인격권 보호vs국민 알권리 충돌 '현재 진행형'
  • 등록 2019-01-12 오전 7:00:00

    수정 2019-01-14 오전 8:32:50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진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아이, 뭐야…”

‘사법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 몰려 있던 취재진들 사이에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헌정 사상 처음인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차에서 내린 양 전 원장이 ‘포토라인’에 멈춰 서지 않고 한마디 말 없이 단 10초 만에 청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예견됐던 ‘포토라인 패싱’이 눈 앞에서 벌어지자 맥빠진 취재진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떳떳하게 질문에 답해야한다’ ‘전직 대통령도 다 서는 포토라인을 왜 양승태만 통과하냐’ ‘전직 대통령 보다 특별한 존재인가보다’는 등 온라인 공간에도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포토라인’이 뭐기에…2006년 10월 관련 준칙 시행

양 전 원장이 포토라인을 지나칠 때 단 2명의 기자만 옆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측에서 국가 의전서열 3위였던 양 전 원장에게 전직 대통령급 예우를 하며 ‘근접 취재기자’를 2명(취재1명·사진1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지검 기자단)들은 사전 논의를 통해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 거래 및 일선 재판 개입 혐의 인정하는가 △인사상 불이익 조치 단연코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대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거나 국민의 사법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 △후배 법관들도 이번 사건을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포토라인에서 던질 질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중 절반은커녕 한 가지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 전 원장은 청사 안으로 사라져 아무런 소득은 없었다.

포토라인 관련 시행 준칙이 제정된 것은 2006년 8월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방송카메라기자협회·인터넷기자협회 등 3개 단체가 ‘국민의 알권리 실현, 취재원 인권보호 도모, 취재경쟁 폐단을 막고 원활한 취재와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만들었다.

시행 준칙에 따르면, 포토라인 설치 장소는 공공기관이나 공항, 기자회견장, 각종 발표회 시상식 등 행사장, 장례식장, 공권력에 의해 질서와 통제가 이뤄지는 사건사고 현장 등이다. △취재원이 요청한 경우 △기관이나 장소 대표자와 사전 조정이 필요한 경우 △취재현장에서 설정이 필요한 경우 등 포토라인을 설치한다. 설치는 취재 대상(대리인)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언론 담당자와 협의를 통해 이뤄지며, 원활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하기도 한다.

포토라인은 실제 ‘포토 트라이앵글’ ‘포토 삼각형’이다. ‘사진은 여기서 찍으시오’라는 의미로 노란색 테이프로 설치한다. 원활한 취재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포토라인으로부터 3m 뒤에는 통제선을 마련한다. 이 같은 내용의 시행 준칙은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격권 보호vs알권리 충돌…檢 포토라인 ‘패싱’은 혐의 부인 ‘꼼수’

양 전 원장의 경우 검찰 측에서 소환 대상과 날짜 및 시각 등을 취재진에 사전에 알린 ‘공개 소환’인 까닭에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취재진들은 검찰 측과 사전 논의를 통해 ‘풀단’과 운영 방식 등을 결정한다.

일종의 ‘취재 경계선’인 포토라인은 공정한 취재를 위해 상호 간의 편의를 고려한다는 취지의 제도인 까닭에 강제성은 없다. 검찰 역시 소환 대상자가 누구인지, 범죄 혐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다.

강제 규정이나 법적 의무가 아니기에 양 전 원장의 포토라인 ‘패싱’ 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처벌할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의 인격권 보호 및 무죄 추정의 원칙, 국민의 알권리를 포함한 언론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때로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어느 가치를 비교 우위에 두느냐는 것은 사안마다,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포토라인을 둘러싸고 초상권 침해 여부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결도 있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이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만큼, 검찰 포토라인 패싱이 앞으로의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염두에 둔 ‘꼼수’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법부의 전직 수장으로 검찰의 권위나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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