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만기 코앞' 회사채 2.3조인데 꽉 막힌 PF

[건설사 돈맥경화 비상]②
국내 10대 건설사, 내년 1분기까지 만기액 2.3조
건설사 회사채 135건 中 공모채 12건 불과
금리도 상승…일부는 고금리 사모채로 내몰려
“유동성 관리 위한 효율적 자금조달 전략 마련해야”
  • 등록 2023-07-31 오전 9:23:23

    수정 2023-07-31 오전 11:06:08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까지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 물량이 2조원이 넘는데다 그동안 벌여놓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우발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높은 금리 수준으로 사모채 발행을 늘리면서 자금 조달 비용 부담도 커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도산 위기 중소형 건설사 암암리 존재해”


30일 본드웹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는 10대 건설사의 회사채는 총 2조3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9060억원이다.

부동산 PF 여파도 전 업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었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 2021년 말 112조9000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결정,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등 시장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들어가 있는 PF건들의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에서 본PF(브릿지론 상환 및 공사비)로의 전환이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부동산 IB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의 법인대출을 끼고 있는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해당 사업장의 상당수 사업 주체가 연체 상태이거나 사실상 부도 상태인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올 초 한 중소 건설사에서 노조위원장이 직원들과 임금채권을 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회생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기사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채무불이행 상태나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형 건설사가 암암리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투심 악화에 ‘연 10%’ 고금리 사모채 발행

건설사들은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올해 발행된 건설사 회사채 135건 중 공모채는 단 12건에 불과했다. 이중 DL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전 발행을 취소하기도 했다.

사모채는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시장의 수요가 있을 경우 기관투자자와 금리 조건과 채권 규모 등을 협의해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사들은 투심 악화에 최고 연 10% 수준의 고금리로 사모채 발행을 이어갔다.

본드웹에 따르면 롯데건설(A+)은 지난 6월 29일 2년물 사모채 950억원어치를 연 6.7%에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직접 11억여원의 사재를 들여 롯데건설의 주식을 매수한 바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 등 계열사에서 자금 지원도 이어갔다.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도 사모채 시장을 찾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1년 만기 2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연 7.2%에 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담보부증권을 두차례 발행했는데 당시 연 4.99~6.11%대에서 이자율이 책정됐다는 점에서 1~2%포인트(p)가량 금리 부담이 커졌다.

동부건설의 경우 자금 조달비용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동부건설은 지난 3월부터 총 6차례에 걸쳐 사모채를 발행했다. 총 270억원 규모로 표면금리는 연 9~10%다. 짧은 만기의 6개월과 1년물 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 3월 발행했던 사모채 2년물 금리(4.5%)보다 두배 높다.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곳도 나왔다. 한양(BBB+)은 지난 5월 녹색채권1년물 180억원, 1년6개월물 1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연 7.5%, 7.8% 수준으로 일반 사모채(8.5%)보다 1%p 줄였다.

이 외에도 KCC건설(A-), DL건설(A-), HL디앤아이한라(BBB+), 이수건설 등이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현대건설, GS건설…신용도 높아도 ‘오버 발행’

공모채를 통한 발행 시장도 신용등급별로 옥석 가리기가 이어졌다.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액을 웃도는 수준의 자금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채권평가기관 평균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오버금리’로 발행이 이어져 건설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보여줬다.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AA-)과 GS건설(A+)은 각각 18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200억원, 219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다만 모두 개별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주문을 받아 금리 수준은 4.4%, 6.5% 수준으로 오버 발행됐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미매각을 맞았다. HL디앤아이한라(BBB+), 한신공영(BBB+, BBB/등급 스플릿), 한양(BBB) 등이다. 부동산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A, A-/등급 스플릿)은 올해 두번의 공모채 발행에서 두번 모두 미매각에 처했다.

반면 SK에코플랜트(A-)는 건설채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에너지 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뒀다. 투자자들에게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어필한데다, 제한적인 PF우발부채 규모, SK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투자매력도가 높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금리 및 스프레드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자금조달 여건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인해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설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수익성 악화는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유동성 부족은 기업 파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유동성 관리를 위한 효율적 자금조달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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