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테디셀러의 '블랙홀 매력', 뮤지컬 '맘마미아!'

국내 뮤지컬 사상 최단 기간 '200만 관객' 돌파
사랑· 결혼 등 인생 경험을 아바 명곡으로 소환
코믹· 감동 가득한 160분..시대 초월 '세대공감'
  • 등록 2019-09-09 오전 6:00:01

    수정 2019-09-09 오전 6:00:01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소피(이수빈, 가운데)가 ‘허니허니(honey honey)’를 부르며 엄마의 일기장을 흠쳐보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뮤지컬 ‘맘마미아!’. 2004년 초연후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만 벌써 15년째. 관람객은 200만 명 이상 들었다. ‘캣츠’에 이어 국내 뮤지컬 사상 두 번째이자, 최단 기록. 그 사이 개봉한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2008)도 국내에서 457만명이나 봤으니, 영화나 뮤지컬로 ‘맘마미아!’를 한 번쯤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공연 티켓이 또 불티나게 팔린다. 11번째 시즌인 올해 객석 점유율은 무려 95%. 직전 공연이었던 2016년 ‘시즌10(87%)’ 때보다 더 높아졌다. 객석 점유율 95%면 거의 매회 매진급이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식지 않는 인기. 도대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이 무엇일까.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 극중 도나(신영숙)와 타냐(김영주), 로지(오기쁨)가 ‘슈퍼 트루퍼(super trouper)를 부르고 있다(사진= 신시컴퍼니)
모두가 사랑하는 뮤지컬..‘맘마미아!’의 힘

강력한 한 방이 있는 건 아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오히려 밋밋하거나 심심할 수 있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심지어 새로울 것도 전혀 없다. 뻔히 어떻게 될 지 객석에 앉은 관객들도 다 알고 있다. 무대에는 주인공 도나가 운영하는 모텔을 표현한 세트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시라노, 시티 오브 엔젤, 벤허, 마리 앙투아네트 등 현재 공연 중인 다른 대극장 뮤지컬의 웅장한 무대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맘마미아!’에는 다른 공연엔 없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바로 ‘세대공감’이다. ‘맘마미아!’가 주는 은은한 감동은 공연을 보는 모든 세대를 촉촉하게 적시다가, 커튼콜 땐 하나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공연장에 가보면 안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열리는 LG아트센터는 매회 공연 때마다 20대 연인부터 60대 부부, 가족 관객 등 다양한 연령대 관객들로 빼곡히 들어찬다. 다른 공연장이 뮤지컬 주소비층인 2030세대 여성들만 가득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4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세원(66)씨. 가족과 같이 공연을 보러 온 그는 “우리 젊었을 땐 아바(ABBA)가 최고였다”면서 “아바 노래가 다시 듣고 싶어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딸 수연(35)씨는 “어릴 적 아빠가 아바 노래를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며 “뮤지컬 ‘맘마미아!’처럼 모든 가족이 다같이 공감하면서 신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은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미션(중간 휴식) 때 만난 20대 커플 송예준(25)· 오윤선(23)씨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뮤지컬 ‘맘마미아!’의 매력으로 꼽았다. 송씨는 “아바 노래는 20대도 들썩이게 할 만큼 매력적”이라면서 “귀에 익은 넘버(삽입곡)들이라서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5번 봤다는 오씨는 “다른 뮤지컬들은 갈등과 대립이 가득해 감정 소비가 심한 반면, 맘마미아는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다”라며 “한 마디로 ‘맘마미아!’는 힐링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 뮤지컬 ‘맘마미아!’의 포용력은 놀라울 정도다.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소피(루나)와 스카이(문지수)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완벽한 넘버와 스토리..주크박스 뮤지컬의 ‘정점’

뮤지컬 ‘맘마미아!’는 1970년대 전 세계 팝 시장을 휩쓸었던 스웨덴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의 22개 히트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귀에 착 달라붙는 넘버와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맘마미아!’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정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노래에 힘을 주다 보니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반면, ‘맘마미아!’는 촘촘한 구성으로 군더더기 없는 극 전개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익히 알려진대로다. 지중해 외딴섬에서 작은 모텔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소피는 결혼식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 한다. 우연히 엄마의 젊은 날 일기장을 훔쳐본 소피는 아빠일 가능성이 있는 세 사람 샘과 빌, 해리에게 엄마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낸다. 영문도 모른 채 21년 만에 섬을 찾는 세 남자는 모두 자신이 소피의 아빠라고 믿으며 결혼식을 도우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소피의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소피는 아빠를 찾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아를 깨닫게 되고, 홀로 힘들게 소피를 키웠던 중년의 도나에게는 다시 사랑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삶의 다양한 순간을 노래한 아바의 음악이지만, 극 속에 그들의 노래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맘마미아!’는 원곡의 감성을 충실히 살리면서, 극의 진행에도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제대로 퍼즐을 맞췄다. 너무나도 유명한 넘버들인 ‘댄싱 퀸(DANCING QUEEN)’, ‘맘마미아!(MAMMA MIA!)’, ‘허니허니(Honey Honey)’, ‘치키티타(CHIQUITITA)’, ‘수퍼 트루퍼(SUPER TROUPER)’ 등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고 어깨를 들썩인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The Winner Takes It All)’, 도나가 결혼식을 앞두고 소피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부르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Slipping Through My Fingers)’, 추억 소환 아이템인 ‘지난 여름(OUR LAST SUMMER)’, 도나와 샘이 감정을 쏟아내는 ‘에스오에스(S.O.S)’, 감미로운 음색의 ‘난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 ‘김미!김미!김미!(GIMME! GIMME! GIMME!)’, ‘음악이 있음에 감사해요(Thank you for the music)’,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 등의 노래는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바 세대인 중·장년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제대로 감동이 전달된다.

뮤지컬 ‘맘마미아!’ 커튼콜에서 타냐(홍지민, 좌), 도나(최정원, 가운데), 로지(박준면, 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식지 않는 인기..‘스테디셀러’엔 이유가 있다

아바의 흥겨운 노래와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돼 어느새 푸른 바다와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한 그리스 지중해에 와있는 것 같다. 때론 진한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고, 때론 흥겨운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160분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사랑, 연애, 우정, 결혼 등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인생 경험을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려내다 보니 깊숙히 빠져든다. 여기에 추억의 명곡과 옛사랑 감성코드까지 얹혀지니,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연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잘 나가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자녀들은 소피와 스카이(소피 남자친구)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엄마, 아빠, 아들, 딸들이 모두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정말 ‘묘한 매력’의 극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이제 관객들에게 ‘오랜 친구’처럼 다가가는 느낌이다. 2004년부터 15년간 1400여 회(샘, 빌, 해리 역) 출연한 배우 성기윤, 2007년부터 12년간 950여 회(도나 역) 출연한 배우 최정원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어 더 그렇다.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시즌에는 도나 역에 최정원, 신영숙, 타냐 역에 홍지민, 김영주, 로지 역에 박준면, 오기쁨, 샘 역에 남경주, 김정민, 해리 역에 이현우, 성기윤, 빌 역에 오세준, 호산, 소피 역에 루나, 이수빈이 출연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6만~14만원. 추석 연휴(9월12~14일)에는 전석 20% 할인한다.

시즌별 맘마미아 객석점유율(자료=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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