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어는 추위에 소양댐도 얼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대형 댐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이유
  • 등록 2022-01-22 오전 11:30:00

    수정 2022-01-22 오전 11:30:0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한강이 얼었다는 소식은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기상청은 지난 9일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강이 얼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한강은 서울을 통과하는 구간만 30km가 넘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이 얼어야 결빙됐다고 발표하는 걸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상청은 한강 결빙을 측정하는 곳을 따로 정하고 있는데 그 지점은 한강대교입니다. 정확한 지점은 한강대교의 남쪽에서 두 번째 교각과 네 번째 교각 부근입니다.

이 지점이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지 않을 때 한강이 결빙됐다고 판단합니다.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과 남쪽 올림픽대로의 중간 지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이 한강 결빙 관측지점으로 정해진 때는 한강대교가 놓이기 한참 전인 1906년입니다. 당시 이곳은 다리 대신 노들 나루터라는 나루터가 있었습니다. 나루터가 있어 관측을 위한 접근이 쉬웠고 서울을 통과하는 한강 구간의 가운데에 위치했기 때문입니다.

영하 5℃ 정도 추운 날씨가 3일 이상 지속되면 한강이 어는데, 1906년부터 관측한 결과 한강이 결빙되는 평균적인 시기는 1월 13일입니다.

120여년의 관측기간 동안 한강이 얼지 않았던 때도 있습니다. 1960년, 1971년, 1972년, 1978년, 1988년, 1991년, 2006년, 2019년 여덟 번은 한강이 얼지 않았습니다.

한강 결빙은 겨울철 혹한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강물이 얼었다는 사실이 뉴스거리가 되곤 합니다. 뉴스를 통해 한강 결빙 소식을 듣게 되면 깊은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강 결빙 소식이 들릴 정도로 한파가 몰려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과 호수도 꽁꽁 얼어붙습니다. 화천 산천어축제, 인제 빙어축제 등 얼음을 주제로 하는 겨울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겨울에 아무리 매서운 한파가 몰려와도 얼지 않는 호수가 있습니다. 겨울축제가 열릴 만큼 추위가 매서운 지역에 있어도 겨울에 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호수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소양댐입니다. 물론 빙어축제가 열리는 상류 지역은 얼지만 소양댐 수문이 있는 곳은 얼지 않습니다. 소양댐 뿐만 아니라 수심이 깊은 우리나라의 대형 댐 대부분은 겨울에도 수면이 얼지 않습니다.

대형 댐이 얼지 않는 이유. (이미지=최종수 박사)


물은 0℃에서 얼기 때문에 영하의 혹한이 며칠 동안 계속되면 호수의 수면이 얼음으로 덮일 것 같지만 예상과 달리 겨울 내내 호수 수면에서는 얼음을 볼 수 없습니다.

대형 댐이 겨울에 얼지 않는 이유는 수온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밀도 때문입니다. 물의 밀도는 수온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온이 낮아지면 밀도가 커져 무거워지고 수온이 높아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호수에 겨울이 찾아와 날씨가 추워지면 찬 공기와 접하고 있는 호수 수면부터 수온이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수면에 있는 물은 수온이 낮아지면 밀도가 커지고 무거워져 아래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수면에 있던 무거운 물이 아래로 내려가면 아래쪽에 있던 수온이 높고 가벼운 물은 밀려서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호수 수면의 차가운 물과 아래쪽의 따뜻한 물이 교체되는 대류 현상으로 인해 호수의 수온은 생각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 대류 현상은 수면에 있던 물이 바닥까지 이동하고 바닥에 있던 물이 수면까지 올라오는 호수 전체의 순환이기 때문에 수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수온은 천천히 내려갑니다.

영하의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지만 호수의 수온은 천천히 조금씩 낮아집니다. 삼한사온의 겨울 날씨 탓에 호수의 수온이 내려가는 속도는 더욱 느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겨울이 끝자락에 접어들고 날씨는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 호수 수면의 수온이 0℃에 이르기 전에 겨울이 끝나게 되는 겁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형 댐에 비해 수심이 얕은 호수에서는 수면과 바닥에 있는 물이 교체되는 시간이 짧아 수면의 수온도 빨리 내려갑니다. 영하의 날씨가 며칠 계속되면 호수 수면이 얼기 시작합니다. 수도권에 있는 팔당댐을 예로 들면 수심이 20m 정도로 깊지 않아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수면이 얼음으로 덮입니다.

오래전 이맘때면 하천과 호수의 얼음 위에서 빙상대회를 개최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하천과 호수의 얼음에서 빙상대회를 개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내 빙상장이 잘 갖춰진 이유도 있지만 하천과 호수에 얼음이 예전처럼 단단하게 얼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한강의 결빙기간과 얼음의 두께를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한강의 결빙일수는 1960년대 42.2일, 1990년대 17.1일, 2000년에는 14.5일로 점점 줄어듭니다.

얼음의 두께도 과거에는 30cm 이상으로 두꺼웠지만 최근에는 10cm 안팎으로 얇아져 얼음 위에서 빙상대회 개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겨울이 점점 따뜻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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