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쏙쏙경매]왜 그는 감정가보다 비싸게 집을 샀을까

  • 등록 2016-05-07 오전 5:00:00

    수정 2016-05-09 오후 6:40:25

△5월 첫째주 전국에서 가장 많은 68명의 응찰자를 모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벽산아파트 전경. [사진=지지옥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부동산 경매시장을 지켜보면 주택 중 환금성이 좋고 수요가 많은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투자가치가 높은 물건도 아닌데 낙찰가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기도 합니다. 경매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취재하거나 공부하는 입장에선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구하러 다녀보면 매매시장에선 시세나 직전 실거래가보다는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치열한 심리 게임이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주택시장은 팔려는 매도자보다는 사려는 매수자가 오히려 마음이 더 급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주택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대출 부담 등으로 꼭 집을 팔아야 했던 이른바 ‘하우스푸어’들은 거의 다 집을 넘긴 상황입니다. 현재 아파트를 내놓은 매도자들은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전세난과 급격한 월세화 탓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사야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오른 가격에 집을 사려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망설이다보니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뜸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릴 수 있다며 매수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초부터 미국발 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우려 등 이른바 3대 악재로 인해 집값 하락 우려가 크다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실제로 집값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7년 IMF외환위기 등 우리 경제가 강한 외부 충격을 받은 경우 외에는 집값이 대세 하락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택시장은 매수자보다는 매도자가 우위에 있어 가격이 쉽게 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택 매매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많은 실수요자들이 다시 경매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매시장도 현재 낙찰가율이 95%를 넘고 있어 급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사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1000만원 정도만 매매보다 싸게 살 수 있으면 감정가보다 높은 값을 치르더라도 낙찰을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전국에서 가장 응찰자가 많이 몰린 부동산 경매 물건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벽산’ 전용면적 63.78㎡짜리 아파트(9층)로 무려 68명이 입찰표를 써냈습니다. 수유벽산은 1993년 11월에 입주해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지만 총 145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로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역세권이라 젊은 실수요층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입니다. 특히 감정가가 2억 4100만원으로 서울 도심 역세권 단지로는 상당히 저렴합니다. 현재 같은 주택형 시세가 2억 6000만원선이고 실제 매물은 7층이 2억 8000만원 정도에 나와 있어 감정가는 이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말소기준권리를 앞서는 채무가 없어 낙찰 이후 문제 될 권리관계도 없습니다. 모든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70명에 가까운 응찰자가 몰렸고 결국 함모씨가 2억 6888만 8880원(낙찰가율 111.57%)를 써내 주인이 됐습니다. 비록 감정가보다 2700만원 가량 비싸고 시세보다도 10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이지만 현재 매매시장에선 급매보다 싼 가격인 셈입니다. 결국 낙찰자는 매매시장을 나름대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낙찰이 가능하면서 손해도 보지 않을 수준으로 입찰가를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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