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월 200만원에 입학시험도…대학 가기보다 힘든 영어유치원

작은육아 4부 ‘키즈카페부터 유아 사교육까지’
월 200만원 영유 상담대기만 한 달…영재판별검사는 필수
국공립 비해 수업료 최대 40배에 수업시간 중학교보다 길어
"조기사교육 지나치면 사회·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 경고
  • 등록 2017-11-24 오전 6:30:00

    수정 2017-11-24 오전 9:23:04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이 해가 갈수록 인기다. 월100~200만원의 고액 수업료를 내야 하지만 최근 6개월새 12곳이 더 생겨났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어머니, 저희는 영재 영어교육기관입니다. 입학을 원하시면 영재판별검사에서 상위 5% 안에 들어야 하고요. 그 이후에 레벨테스트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레벨테스트 신청자가 많아서 한달 정도는 대기 예상하셔야 해요.”

지난 10월 강남의 한 유명 영어유치원에 상담을 요청하니 돌아온 답변이다. 서울 강남과 송파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영유아 대상 외국어 조기교육 열풍이 거세다. 부모들은 ‘영어는 어릴 때 배워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쓴다’는 인식아래 월 100만~200만원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조기교육에 앞장선다.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일부 어학원들은 영재 교육기관임을 강조해 부모들을 부추겨 시장을 키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아 대상 조기언어교육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조기교육이 자칫 부작용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중학교 보다 수업시간 긴 ‘영어유치원’…하루 5시간 7분

5~7세 유아를 가진 학부모들은 가을이 오면 마음이 바쁘다. 추첨제인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과 달리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어학학원들은 선착순으로 원아를 모집하기 때문이다. 영어유치원은 말 그대로 영어만 사용하면서 생활하는 어학원이다. 통상 유치원생들이 오전 9시반~3시반까지 원에 머무른다고 가정하면 하루 6시간 이상 영어로 생활하는 셈이다.

23일 교육부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유아를 대상으로 하루 4시간 이상 교습하는 실용 외국어 학원(영어유치원)은 지난 7월말 기준 465개로 올해 들어서만 12곳이 늘어났다. 영어유치원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반일제 이상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곳은 총 237곳으로 이중 40%(95곳)가 강남·서초 및 강동송파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일 평균 교습시간은 5시간 7분이다. 중학교 하루 평균 수업시간인 4시간 57분보다 10분 가량 길다.

월평균 교습비는 약 94만3000원이다. 재료비와 피복비 등을 합치면 약 103만원에 달했다. 국립유치원이나 공립단설·병설 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2만5000원이다. 교육비만 단순 비교해도 40배가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 고액 프리미엄 영유 열기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개수와 총 교습비, 하루 평균 교습시간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교습비나 교습시간 등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간 학습 환경 노출과 고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영재 대상 영어유치원, 입학 위해 과외 수업도

영유아 엘리트교육으로 유명한 G어학원의 경우 별도의 영재판별검사와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월 교습비가 200만원이 넘지만 입학 상담 대기만 한 달 이상이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 입학시험 대비 과외 급구’와 같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학원의 입학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과외까지 따로 받는 것이다. 이 어학원의 압구정점은 한 반에 14명씩 총 200여명을 교육하고 있다.

5세 자녀를 G어학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준비 중인 이모(34)씨는 “G어학원은 영재들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학습을 시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곳”이라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이가 수준이 안되면 들어갈 수 없어 엄마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영어교육업체인 YBM은 G어학원을 포함해 강남에만 6곳 이상 영어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고 말한다. 6살, 9살 남매를 키우는 김성미(40·가명)씨는 “첫째를 먼저 영어유치원에 보낸 뒤 만족스러워 둘째도 보냈다”며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가서도 스스럼없이 영어를 사용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잘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한 학습식 영어교육 정서발달에 부정적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습식 영어교육은 자칫 아이의 정서발달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출산 및 부모지원단장은 “영유아에게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 친구들과 바깥에서 뛰어놀 시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너무 어린 시기의 사교육은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조기 사교육이 지나치면 향후 삶의 기초가 되는 사회·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영어유치원의 시설이나 교사의 자격수준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영어유치원은 공식적으론 학원이어서 유아교육법이나 영유아보육법이 아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별도의 인가 없이 신청서만 제출하면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학원으로 등록했더라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설립 인가를 보다 엄격히 하고 수업 프로그램도 정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의 한 영어유치원 원장은 “최근 2년새 강남에서만 놀이식 영어유치원 9곳이 문을 닫았다”며 “엄마들이 원하는 기준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서 그때그때 맞추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말했다.

권지영 교육부 학원정책팀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들의 생활공간은 1인당 2.2~2.6㎡지만 학원은 1인당 1㎡만 넘으면 된다”며 “고층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영어유치원에서는 놀이 중심이 아닌 학습교육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적극적 조치는커녕 영유아 대상 사교육비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만 3~5세 유아 사교육비 사전조사에 나섰지만 본조사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권 팀장은 “불법 (유치원) 명칭사용 및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연말까지 특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조기교육의 부작용에 대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학습자율권 침해라는 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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