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것, 다 애들 위해서였어…”

바람난 암컷 치타의 항변은 사실… 동물들의 ‘이유있는 불륜’
바람피우면 ‘種 다양성’ 확보 수컷들도 제 자식 구별못해
포유류·조류 90% 배우자 속여 알락딱새, 짝과 10m이내선 정절
  • 등록 2007-06-05 오전 8:41:41

    수정 2007-06-05 오전 8:41:41

[조선일보 제공] 미국 케이블방송을 보면 남녀의 불륜 현장을 고발하는 ‘치터스(Cheaters·바람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아프리카 초원에서 프로그램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동물 치타(cheetah)의 숨겨진 불륜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왜 동물은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일까.

한 배 새끼의 아버지가 셋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1만 마리도 채 남지 않은 치타가 멸종위기와 싸우며 살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영국 런던동물학회의 다다 고틀리(Gottelli) 박사는 치타 보존을 위해 176마리의 배설물을 수집해 DNA 분석을 실시했다.

치타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암컷이 우두머리 격의 수컷 한 마리하고만 교미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DNA 분석결과 암컷이 낳은 한 배 새끼 중 절반 가까이가 아버지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고틀리 박사는 “새끼들이 어려서 죽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율은 그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영국왕립학회보 B’ 최신호에서 밝혔다.


치타 암컷이 한 배에 여러 수컷의 새끼를 밸 수 있는 것은 교미를 할 때마다 새로운 난자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각각의 난자는 서로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마리의 수컷과 동시에 교미를 하면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고, 교미 시간이 늘어나 적의 공격을 받기도 쉽다. 그런데도 왜 치타 암컷은 불륜을 선택했을까.

종(種) 다양성 확보 위한 전략

연구팀은 멸종위기에 처한 치타로선 자신의 생존보다는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시에 수컷들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새끼를 죽이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고틀리 박사는 “사자나 표범과 달리 치타 세계에서는 수컷이 새끼를 죽이는 일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한 마리가 아니므로 누가 제 자식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자연에서는 치타가 정상이다. 미 코넬대의 스티븐 엠렌(Emlen) 박사팀이 1998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포유류와 조류의 90%가 배우자를 속이고 있었다.

금실의 상징인 원앙도 예외는 아니다. 수컷은 기회만 닿으면 다른 암컷을 탐한다. 알락딱새는 암수가 다 그렇다. 10m 이내에서는 다른 새에게 눈길도 주지 않다가 2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맞바람을 피우기 일쑤다.

바람기 잡는 유전자

물론 일부일처(一夫一妻)제를 유지하는 동물도 많다. 과학자들은 새끼의 성장이 더뎌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인 종에서 일부일처제가 유래한 것으로 설명한다. 인간 역시 태어나 제 힘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어떤 동물보다 오랜 기간이 걸린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르다. 미 조지아대의 패트리샤 고워티(Gowarty) 박사에 따르면 일부일처제 동물 180종 중 불과 10%만이 유전적으로도 진실에 부합했다.

새끼 양육에 헌신적인 것으로 유명한 푸른 울새도 15~20%의 새끼가 아버지가 달랐다. 원숭이 중에선 긴팔원숭이와 비단털원숭이만이 일부일처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기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2004년 미 에모리대 래리 영(Young)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하나를 바꿔 바람둥이를 순둥이 남편으로 바꾼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목초지 들쥐(meadow vole) 수컷은 교미가 끝나자마자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반면 친척뻘인 대초원 들쥐(prairie vole)는 암컷이 내는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에 반응해 새끼 양육에 헌신한다. 연구팀은 대초원 들쥐에서 바소프레신 반응 유전자를 찾아내 목초지 들쥐 수컷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목초지 들쥐 수컷은 순둥이 남편으로 변했다.

어쩌면 사람의 바람기를 잡을 유전자 치료제가 나올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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