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rd SRE][Issue]은행채 발행 증가, '악순환의 고리'

회사채 조달 난항에 은행으로 몰려간 기업들
유동성 비율 압박 받은 은행, 은행채 발행↑
은행채가 회사채 수요 잡아먹는 악순환 구조
  • 등록 2022-11-21 오전 7:50:00

    수정 2022-11-21 오전 7:50:0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고금리에도 미매각이 잇따르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대안으로 은행대출로 몰려갔다. 기업 대출이 급증해 유동성 비율이 악화된 은행은 채권을 대량 발행,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보일 때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던 은행채 물량이 올해부터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안 그래도 어려움이 극심한 채권시장 수요와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상태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0월 말까지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175조399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183조 2123억원)의 9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이 오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총액의 목전까지 온 셈이다. 순발행액도 15조 152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69% 수준으로 파악됐다.

시장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서 은행채까지 쏟아지자 발행 환경이 크게 악화된 회사채는 더 위축됐다.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은 3조765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3%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SRE자문위원은 “은행채 발행 급증은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로 기업대출이 몰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라며 “LCR 비율과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대응을 위해 시장에 쏟아진 은행채가 한전채와 함께 회사채 시장을 구축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LCR 규제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유동성비율 규제다.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을 의미한다. 단기간에 급격히 예금 등이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춰두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멈추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LCR을 올해 연말에 92.5%로 정상화하려 했던 계획을 오는 2023년 6월로 미뤘다. 은행 예대율 규제도 기존 100%에서 105%로 6개월 한시적 완화에 나섰다. 또 은행채 발행을 이미 제출한 일괄신고서 상 예정 금액대로 하지 않아도 한시적으로 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국은행도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할 때 담보로 받는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함께 은행채를 추가했다.

당국은 대안 제시로 채권시장 안정 효과와 기업 대출 여력 창출을 기대하지만, 은행권에서는 LCR 비율 및 예대율 규제 기준을 추가로 낮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시적으로 한숨 돌렸어도 대응책으로 풀어준 수준으로는 자금 공급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

SRE자문위원은 “사실 은행 기업대출은 1년 단위로 갱신된다. 기업운영에는 3~5년물 회사채 자금이 더 합리적인데 잠시 숨 돌리게 해주는 임시방편”이라며 “지금 나온 대안들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악순환을 조금 지연시키는 것뿐이고, 기업 자금난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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