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혼코노 할거에요"…고향 대신 나홀로 연휴 즐기는 2030

2030세대, 명절에 귀경 안하는 트렌드
해외여행은 부담…혼자 코인노래방, 만화카페 찾기도
  • 등록 2019-09-13 오전 8:49:28

    수정 2019-09-13 오전 8:49:28

코인노래방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나 하려고요. 돈 얼마 안 들이고 편하게 놀 수 있으니까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회사원 서모(28·여)씨는 이번 추석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혼자 코인 노래방에서 맘껏 놀기로 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번에 다 풀겠다는 생각이다. 해외여행도 고려했지만 여행 비용이 부담돼 선택한 나름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명절 연휴를 홀로 쉬며 보내려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비싼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저렴하게 혼자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성비 높은 연휴를 보내기도 한다.

추석 명절을 나만의 연휴로…‘가성비 행복’ 추구

젊은층이 명절 연휴 기간 고향을 찾지 않고 ‘나홀로 추석’을 선택하는 경향은 수년간 지속돼 왔다. 대부분 20~30대 취업준비생, 공무원 준비생, 사회 초년생 등이다. 이들은 가족, 친지와 복닥거리는 것보다 혼자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거창하게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명절 연휴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휴가로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남녀 416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1%(279명)가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가 32.7%(136명), ‘명절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돼서’가 19.4%(81명)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출퇴근 거리가 멀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쉬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휴 기간엔 혼자 만화카페에 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종일 보고 영화관에 가서 새로 개봉한 영화도 볼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지난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않는다. 이씨는 “종종 어디 취직했냐고 물어보는 친척들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안 보는 게 속 편하다”라며 “명절음식을 먹지 못하는 건 좀 아쉬워 유튜브에 나온 레시피를 보고 직접 해 먹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절 경비는 부담스러워…그 돈으로 나홀로 휴식

이들이 나홀로 추석을 선택한 배경엔 명절 경비 문제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9일 직장인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추석 평균 예상경비는 38만원이었다. 용도(복수선택)는 ‘부모님과 친지 용돈’(54.1%), ‘부모님과 친지 선물 구입비’(43.7%)가 높게 나타나 사실상 가족에게 쓰는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인 김씨는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봉급이 적은 상황에서 명절 경비를 감당하느니 그 비용 절반 이하로 혼자 연휴를 보내겠다”며 “조부모님댁에 가면 교통비도 꽤 많이 들고 어른들을 위해선 용돈을, 조카들을 위해선 선물을 준비해야 하니 가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명절 연휴를 가족, 친지 모임을 위해 보내지 않는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엔 명절을 혼자 보낸다는 것이 고립이나 배제를 뜻했지만 지금은 젊은층이 연휴를 단순히 쉬어가는 기간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명절에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낄 새가 적은 것도 이유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명절엔 가족, 친지가 반드시 만나 소통했지만 젊은 세대는 스스로의 삶의 양식을 중요시하다 보니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라며 “또 코인 노래방, 스마트폰 등 혼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즐길 거리가 많아진 것도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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