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융합과 통합을 위한 건설산업 구조개편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 등록 2020-09-28 오전 6:00:00

    수정 2020-09-28 오전 6:00:00

[목멱칼럼] 1976년 이래 건설업은 종합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하고, 각자의 업무영역(업역)을 설정해 오랫동안 겸업을 금지했다. 종합업체는 원도급만 가능했고, 하도급은 전문업체에게만 허용했다. 건설업종의 수도 종합 5개, 전문 29개로 늘어났다. 또 토목설계는 엔지니어링업체 몫이었고, 건축설계는 건축사 사무소 몫이었다. 설계와 시공의 겸업은 처음부터 허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1970년대이래 산업화 시대의 건설산업 구조는 건설업무를 세분화해 업종을 나누고, 업종별로 업역을 정한 뒤 겸업을 금지시켜 한가지만 하도록 하는 식의 분업과 전문화 논리에 기반했다.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은 융합과 통합이다. 업종간, 업역간 장벽이 무너져야융합과 통합이 가능해 진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존의 업종과 업역 장벽 속에서 형성된 이해관계 집단의 저항으로 새로운 건설산업 구조로 개편하는 일은 늘지지부진했다.

최근 들어 건설산업 구조개편 작업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말에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의 업역규제를 공공공사는 2021년부터, 민간공사는 2022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그 다음 단계로 지난 15일 28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로 축소하고, 논란이 많았던 시설물 유지관리 업종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3일엔 건설업 구조개편과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건설엔지니어링업 구조개편 방안도 내놨다. “시공에서 건설엔지니어링 중심으로 건설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기존의 6개 업종을 종합(PM), 일반(설계+감리), 설계, 감리 등 4종으로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구조개편 작업이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2~3년 뒤는 지금과 확연하게 다를 것이다.

성공적인 건설산업 구조개편을 위해서는 민간부문과 글로벌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공공부문에서 종합과 전문 간의 업역 규제가 폐지되면서 전문건설업체들도 단독이나 공동도급으로 원도급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우리 공공부문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처음이겠지만, 민간이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활용돼 왔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가 한건의 공장건축공사를 발주할 때 전기, 통신, 소방설비, 기계공사 등을 공종별 전문건설업체에게 각각 분리해서 발주하고, 통합적인 관리를 위해 사업관리(PM) 업체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 이 경우 하도급 단계가 줄어들면서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 등 여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융합과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종의 통폐합과 업역 규제 폐지만으로 충분치 않다. 파편화된 발주제도를 통합적인 발주제도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 통신, 소방설비 등 공종별로 분리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는 제도부터 필요성을 재점검해보고, 통합관리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종별 분리발주 의무화는 융합과 통합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주제도이기 때문이다.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업체가 설계단계에도 참여하여 시공 노하우를 반영하는 시공책임형CM은 공기업의 시범사업 수준에서 벗어나 조기에 제도화해야 한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사업 초기부터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통합프로젝트발주(IPD) 방식도 공공부문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민간이나 글로벌 시장에는 IPD방식으로 추진해 온 사업들이 많다.

토목 설계·엔지니어링과 시공은 융합과 통합의 방향으로 가는데, 유독 건축설계와 시공 만큼은 여전히 겸업규제가 존치되어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건축정보모델링(BIM)을 확산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지금처럼 건축설계와 시공을 별개 업역으로 칸막이를 쳐놓은 상태에서는 BIM이 건축물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전반에 걸친 플랫폼 역할을 하기 어렵다.

올해 9월 발표된 정부의 건설산업 구조개편 방향은 설계와 시공간,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의 융합과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이해관계는 융합과 통합에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현재에 매몰되기 보다 미래를 보고, 건설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과 글로벌 시장의 경험을 적극 반영한 건설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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