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구연이 본 '강정호 레그킥'과 셰필드의 추억

  • 등록 2014-12-18 오후 1:49:30

    수정 2015-04-13 오후 5:54:23

[이데일리 정재호 기자] 한국프로야구(KBO)의 ‘별’로 떠오른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제)에 들어가 곧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포스팅에 앞서 강정호에게 쏟아지는 미국 현지의 평가는 시시각각 엇갈렸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지에서 판단하는 기준은 자체 입수한 각 구단의 ‘스카우팅 리포트’로 그들 손에 들려진 보고서가 이른바 ‘좋은 스카우팅 리포트냐 나쁜 스카우팅 리포트냐’에 따라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각 구단에서 파견한 스카우트가 한국프로야구 현장에서 직접 점검한 강정호를 좋게 봤는지 나쁘게 봤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중심에 선 레그킥

좋은 스카우팅 리포트에 기초한 평가에서는 포스팅 금액만 최대 2000만달러(약 215억원)를 웃도는 거액이 오갈 것이라는 예측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반면 나쁜 스카우팅 리포트를 인용한 것에서는 유격수로 수비력에 의문이 많고 풀타임을 뛴다고 볼 때 첫해 고작 ‘타율 0.220과 10홈런’ 수준으로 한국(2014시즌 117경기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103득점 등)에 비해 기록이 극단적으로 곤두박질칠 걸로 보는 혹평도 존재한다.

눈여겨볼 점은 ‘좋은 스카우팅 리포트’와 ’나쁜 스카우팅 리포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한 가지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빅리그 성패를 좌우할 무엇보다 중요한 타격 기술과 연관이 깊은 강정호의 ’레그킥 논란‘이다.

타격 시 다리 드는 동작에 대해 미국야구에서는 ’레그킥(leg kick)‘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강정호를 가장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뉴욕 쪽에서는 강정호의 레그킥을 두고 “타격 시 레그킥은 뚜렷하고 제법 길게 유지되며 이에 따라 그의 스윙 머케닉(유기동작)이 깊이 관여되는 것으로 판단돼 메이저리그로 이동 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치긴 고쳐야 될 것 같은데 쉽게 고쳐질지 현재로서는 물음표라는 뜻을 담고 있다.

평균구속이 150km대를 넘나들고 생소한 얼굴이 대다수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레그킥은 올해 40홈런을 때린 강정호의 성공여부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만한 문제다.

이 대목에서 미국이 아닌 한국 토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강정호의 레그킥은 어떤 변수를 갖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허구연 위원이 떠올린 日 나카무라의 ’실패‘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강정호의 레그킥을 논하기에 앞서 일본선수들의 선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이데일리’와 심층 인터뷰에서 운을 뗐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이자 프로야구 감독을 지냈고 1990년대 초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유급 코치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 바 있는 허구연 위원이 제일 먼저 떠올린 선수는 다름 아닌 일본의 나카무라 노리히로(41·요코하마 베이스타스)였다.

허 위원은 “일본에서 날리던 선수들이 미국에서 대부분 실패를 많이 했다. 그 실패한 선수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다리를 많이 드는 타격을 했다는 데 있다”며 “대표적인 케이스가 나카무라다. (일본에서만큼 못한) 아오키 노리치카(32·캔사스시티 로열스)도 다리를 조금 많이 드는 편이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긴데스 버펄로스의 강타자로 활약하다 미국 LA 다저스로 건너간 나카무라는 타격 시 다리를 들어 타이밍을 잡고 힘을 모으는 동작이 유난히 두드러졌던 내야수다.

박찬호(41)와 동갑인 나이에 아직도 일본에서 현역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나카무라지만 미국에서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별로 신통치 못했다. 2005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메이저리그가 모든 걸 실력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는 씁쓸한 뒤끝을 남기고 결국 일본으로 유턴했다.

허 위원은 “그게 무슨 얘기냐면 리그의 평균구속이 예를 들어 일본처럼 제구 위주로 140~145km면 괜찮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는 150km이 수두룩하고 160km도 던진다. 다리를 드는 동작으로는 기술적으로 그 빠른공을 쫓아가기 힘들다”고 못 박았다.

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지적하는 부분은 일종의 ’수 싸움‘이 성립되지 않은 광범위한 리그의 구조에 있었다.

허 위원은 “한국이나 일본은 팀 수가 적으니까 상대하는 투수도 한정돼 있다. 그래서 타자들은 같은 투수들을 계속 상대하게 되고 사전에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는 식으로 다리를 들면서 타이밍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런데 미국은 팀이 많은 것과 반비례해 특정 투수와 대결은 많지 않다. 그렇게 빠른 볼에다 체인지업이 막 들어오면 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야구는 체인지업까지 좋은 곳이다. 빅리그에 다리 드는 선수들이 드문 이유다. 다리를 많이 벌리고 움직이는 만큼 정확성을 기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 스트라이드(타격 보폭)가 크면 클수록 타율은 확률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허 위원은 “올해 국내에는 2점대 평균자책점(ERA) 투수가 한명도 없었다. 그런 것들을 전부 미국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체크한다. 타율 0.220이라는 예상치가 나오는 건 그런 각도에서 보는 거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이 제시한 해법과 개리 셰필드

그렇다고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희망적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허 위원은 “이를 테면 미국 선수 중에서도 레그킥 타법으로 3할을 꾸준히 치는 타자는 없다. 다리를 들고 내리는 동안 공이 벌써 와 있는 것이다”면서 “처음에는 조금 고전할지 몰라도 가서 막상 부딪히면 다리 드는 동작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조절해나갈 걸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폭을 좁히고 크기를 줄이는 식으로 타격 수정이 되면 장타는 줄어들겠으나 정확도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토론토 구단의 야구운영 고문 출신으로 현재는 ‘ESPN’에서 주로 마이너리그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인사이더(유료)’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키스 로가 내놓은 “강정호의 파워가 일정 수준 메이저리그로 옮겨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아마도 타율은 희생해야 될 부분일 것”이라는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기술 상태라면 빅리그로 옮겨서는 파워와 정확성을 둘 다 가져가기 힘들고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요지다.

LA 다저스 시절 개리 셰필드가 타석에서 특유의 위협적인 타격폼을 뽐내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허 위원은 레그킥을 고집하겠다고 한다면 그 역시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허 위원은 “다비드 오르티스(39·보스턴 레드삭스, 미국식 데이빗 오티스)나 개리 셰필드(46)처럼 배트 스피드가 엄청나게 빠르면 된다. 강정호는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이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셰필드는 과거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도우미‘로 맹위를 떨치던 강타자였다. 5피트11인치(180cm)로 빅리그 외야수(내야수 출신)치고는 꽤 작은 축에 속했음에도 메이저리그 통산 22년간 뛰며 홈런을 509개(1676타점 1636득점 타율 0.276 2689안타 253도루 등)나 때려낸 올스타 슬러거로 군림했다.

셰필드는 타격 시 배트를 쥐고 앞뒤로 크게 흔드는 동작이 압권이었던 타자다. 약간의 레그킥도 동반됐다. 어떻게 저런 머케닉으로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때려낼까 불가사의할 정도로 투수에게는 위협적인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워낙에 압도적인 배트 스피드로 공을 마치 때려 부술 듯 치는 타격을 앞세워 빅리그 무대를 평정하는데 성공했다.

허 위원은 셰필드와 더불어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쿠바 타자들에 관한 비교를 곁들이며 흥미를 북돋았다.

허 위원은 “쿠바 선수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타격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공보고 공치기‘다. 레그킥 같은 동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히팅 포인트를 몸 쪽에 최대한 붙여놓고 때릴 수가 있다. 그래서 잘하는 애들은 어떤 유형이 와도 쳐내는 거다”고 언급했다.

강정호, ’이것‘에 연연하지 않으면 매력 충분

종합적으로 볼 때 강정호는 비싸지만 않으면 미국에서 틀림없이 매력적인 선수라고 총평했다.

허 위원은 “지금 미국 선수들의 몸값이 워낙에 비싸지는 추세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가서 인정받는 쪽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본인에게 직접 얘기했지만 꿈이 있다면 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미국으로 가서 잘해서 잘 받을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명문구단을 가면 좋겠지만 굳이 명문구단이 아니라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면 바람직하겠다. 개인적으로 수비부담이 덜한 3루수면 더 좋겠다”고 희망했다.

먼저 진출한 류현진(27·LA다저스)이나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 같은 동양 선수들의 남다른 장점에 대해서는 “말썽을 잘 안 일으키고 교민이 많은 도시라면 마케팅 측면에서 메리트가 충분하다. LA 다저스도 사실은 류현진 하나로 벌어들이는 돈이 펜스 광고부터 시작해서 상당하지 않나”고 기대했다.

계속해서 “메이저리그는 서른 개 팀이나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미겔 로하스(25·마이애미 말린스)처럼 수비만 잘하는 반쪽짜리 남미 선수들은 수도 없다. 그러나 방망이가 되는 선수는 드물어 강정호는 희소가치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결론적으로 “공·수·주를 다 합쳐 정상급은 아닐지 몰라도 평균 정도의 내야수는 되지 않을까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서 잘 적응하는 거다. 시차적응을 비롯해 언어와 음식, 공인구, 필드, 유기적인 플레이(수비 시 릴레이나 커트맨 임무) 등등의 순조로운 적응이 동반돼야 한다”며 허 위원은 강정호의 성공을 당부했다.

한국프로야구 야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직행을 꿈꾸고 있는 강정호는 바로 이 전례나 판례라는 측면에서 아직 전혀 검증되지 않아 다소 위험부담이 따르겠으나 때마침 유격수 기근현상에 시달리는 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상황을 잘 타 얼마든지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20홈런 이상 시즌이 4차례에다 올해는 그 숫자를 마흔 개까지 늘렸다는 데서 강정호는 유격수를 넘어 파워에 관한 한 KBO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빅리그 입성에 한국야구 팬들의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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