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몇 번에 100만원”…숙박·교통·식비 '대입 3중고'

대입 수시전형 응시하려면 전형료 외 부담 불가피
신입생 76% 수시 선발…수험생 당 6회까지 지원
교사들 "지자체 지원 확대, 거점지역서 면접 제안"
대학은 재정부담에 난색 "지방에 보낼 인력 없다"
  • 등록 2018-10-04 오전 6:30:00

    수정 2018-10-04 오후 12:44:48

대학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대학교 수시모집요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수시 비중이 높아져 최대한 기회를 살리려다 보니 교통·숙박비에 식비까지 100만원이 훌쩍 넘게 들더라고요.”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딸을 둔 이모(51)씨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씨의 딸은 지난해 대입 수시모집 때 서울소재 대학에서만 총 4회에 걸쳐 면접전형을 치렀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씨의 딸은 수시 전형료를 제하고도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까지 1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써야 했다.

이씨는 “가까운 학교에 원서를 쓰면 되지 않느냐, 많이 안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데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는 수험생들에겐 가당찮은 말”이라며 “입시전형 대부분이 수시모집이다 보니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급적 원서를 많이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가려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수시모집에서는 수험생 1인당 최대 6회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학년도 기준 수험생 1인당 수시 평균 지원횟수는 4.47회다. 희망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4~5곳을 동시에 지원하는 수험생이 대부분이란 뜻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수험생들은 입학전형료 외에도 교통·숙박·식비 부담이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수험생들은 수시 지원 과정에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백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지출한다.

앞서 교육부는 입학전형료 부담이 크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해 대학에 전형료 인하를 권고했고 대학들은 지난해 수시모집부터 입학전형료를 평균 15% 인하했다. 이에 따라 2018학년도 전국 대학의 평균 입학전형료는 4만 8800원으로 낮아졌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전형료 외에도 수시전형을 치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일부 교사들은 지자체 지원 확대와 전국 거점지역에서 면접을 여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자녀 걱정에 학부모 동행하면 200만원 육박

지난달 10일 시작한 전국 4년제 대학의 2019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은 전체 모집인원(34만 7478명)의 76.2%(26만 4691명)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자녀가 여학생일 경우 이동과 숙식 등에서 안전문제 등을 걱정해 부모가 동반하면 그 비용은 200만원까지도 육박한다.

경남에서 3년째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54) 교사는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논술이나 면접을 볼 경우 몇 곳만 가도 교통비만 수십만원이다”며 “그렇다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지원 의지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지원할때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지방소재 대학을 지원하는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대학생이 된 딸을 둔 박모(49)씨는 “지방으로 당일치기 논술이나 면접을 몇 차례 다녀왔는데 전형료를 제외하고도 몇십만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고 했다.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6개 대학에 지원한 조모(19)학생은 “기업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볼 때는 면접비라도 받지만 대입에 지원하는 고등학생들은 면접비도 없이 적잖은 돈을 들여야 한다”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의 면접을 보러 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교사들 “지자체 지원은 턱없이 부족”

서울시는 대입 응시 때 묵을 곳을 찾지 못한 지방 학생을 위해 2014년부터 ‘수험생 합격 응원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구 서울유스호스텔에 객실 204개,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객실 138개를 설치하는 등 총 342명이 묵을 수 있는 객실을 하루 1만원에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342명분의 객실도 전국 각지의 학생들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홍보 부족으로 이런 지자체 지원정책을 모르는 학부모나 학생도 많은 실정이다.

김 교사는 “각 도별 거점지역에서 대학진학박람회를 열듯이 학교 측에서 전국 거점 몇 곳에서 면접을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다면 쉽지 않더라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반면 대학 측은 인원과 재원 부족을 이유로 현재 시스템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 거점지역에서 면접을 진행하려면 면접관들을 지방으로 보내야 하는데 보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면서 대학도 전형을 치르려면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지방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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