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정책하우스]

기재부, 2023년 도입하려던 금투세 도입 2년 유예 추진
자본시장 침체 위기…세수 효과 적고 자본 유출 가능성만
시장 상황 감안해야 하지만 세금 예측 가능성 높여나가야
  • 등록 2022-11-19 오후 1:30:14

    수정 2022-11-19 오후 1:30:14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주식 투자를 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사람은 종목당 10억 이상 주식을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1~4%인 대주주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모든 주주는 세금을 내도록 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년여가 지난 지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걱정이 많다”며 금투세 유입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년만에 정부 입장이 왜 바뀐 걸까요?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동학개미 급증할 때 발표한 금투세 도입 방안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보면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증권·파생상품)에서 상환·환매·해지·양도 등으로 실현된 모든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규정했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 아래 주식이나 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겁니다.

이땐 일명 ‘동학개미’들이 대거 유입됐던 시기여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주식은 일부 대주주들만 양도세를 내야 했고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0.25%만 냈습니다. 금투세가 도입되는 2023년에는 모든 주주가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반발이 컸습니다.

주식 관련 세금과 관련한 정책이 매번 반발에 부딪힌 것도 이때 무렵부터였습니다. 우선 한해 금투상품으로 차익을 실현했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한도는 당초 2000만원이었는데 여론에 밀려 5000만원으로 상향됐습니다.

당시 주가지수가 급등하던 증시 활황기였던 만큼 주식으로만 수천만원대 이익을 거두는 개미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나도 세금을 내야 하나’라는 우려가 컸던 것입니다.

금투세 도입 전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정부는 몇 년 동안 대주주 범위를 점차 넓혀왔고, 2021년에는 보유금액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 했습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대 움직임이 일었고 정치권에서도 공세에 나서자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결국 “10억원 기준을 유지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때 홍 부총리의 탄핵 요구나 홍 부총리 본인의 사의 표명 등 많은 갈등을 낳기도 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위기 때 과세체계 변화 신중해야”


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과 달리 주식 등에 대한 과세를 미루자고 나선 주체가 정부인 점은 다소 의외입니다.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자는 이유는 당시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2020년은 코스피지수가 한때 1400선까지 급락했다가 연말 2800선으로 마감하며 수직 상승했던 시기입니다. 코로나19발 경제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개인투자자들이 메우는 등 증시의 안정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내외 경제 위기로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현재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 낮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 새로운 과세 체계를 도입하면 세 부담이 커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이동해 결국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을 위해 감세 정책을 벌이고 있는 이번 정부가 사실상 증세 방안인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변동성이 클 때 (금투세 도입 같은) 과세 체계의 변화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2020년에는 금투세 도입이 조세 정의에도 부합하고 막대한 세수를 걷을 카드였지만, 현재는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 거센 반발이 불가피한데다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세수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엔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될까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금투세 유예 방안을 반대했지만 결국 18일 증권거래세 인하라는 조건을 달고 유예에 합의했습니다.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만큼 야당도 무작정 반대를 할 순 없었던 것이죠.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운 경기 여건이 계속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1%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에서 증세 방안을 잠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방안을 정부 스스로 후퇴하면서 정책 신뢰도의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추 부총리도 금투세를 유예했을 때 예상되는 실(失)로 “국회 합의로 통과된 법이 시행을 앞뒀는데 정부가 유예한다고 했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상황 변화가 된 것이 약간의 실이라면 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5년 금투세 도입이 불투명한 것도 부담입니다. 지금 침체인 증시가 2년 후에는 완연히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장 상황을 이유로 한번 미루게 된 법안인데 “지금은 금투세를 도입할 적기”라고 밝힐 때 순순히 동의할 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울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당초 2022년 과세할 예정이었지만 1년 미뤄졌고, 이번에는 2025년으로 2년 유예를 추진 중입니다. 결국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가 2025년 함께 시행되는 것인데 반발하는 모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은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납세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명확한 과세 로드맵과 설득·홍보 과정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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