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조성진앓이'…15일 광풍 또 분다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스타덤
해외 연주 좇는 원정 팬 늘며
여행상품 봇물…일부 '비매너' 논란
佛 르 몽드 한국여성 팬 '그루피' 비하
조성진 "모든 게 SNS 올라와…
15일 한국 콘서트 걱정된다"
  • 등록 2016-07-14 오전 6:17:39

    수정 2016-07-14 오전 6:22:06

지난 2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쇼팽피아노국제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티켓박스에 몰려 있다. 이날 쇼팽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조성진을 비롯해 입상자들의 연주 소식에 이례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위는 성진 조.” 지난해 10월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제17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로 호명되자 장내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은 조성진이 처음이었다.

그후로 9개월여. 항상 그래왔듯이 반짝하고 그칠 줄 알았던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청년 쇼팽’ 조성진을 향해 부는 광풍은 여전하다. 대한민국 클래식역사상 이런 ‘팬덤’은 없었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클래식애호가뿐만 아니다. 스스로를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줄임말)이라 칭했던 수많은 팬층이 ‘조성진 때문에’ 클래식계에 입문했다고 말한다. 조성진의 연주일정을 꿰차는 것은 기본이고 일본은 물론 유럽서 열리는 그의 연주회를 보러 원정을 나서는 팬도 적지 않다.

국내 클래식계가 다시 ‘조성진앓이’에 빠질 듯싶다. 한국연주가 드문 상황에서 조성진이 15일 고국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의 협연자로 나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지난 2월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5개월 만에 다시 국내 팬들과 만나는 자리다.

포털 검색창에 조성진을 치면 나오는 티켓을 구한다는 내용의 수백건에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다.
돈 그까이거…해외연주 좇는 ‘원정팬’ 자처

“매일 새벽 2시까지 ‘새로고침’. 근데도 취소표가 안 나온다.” “취케팅의 성공을 가르는 것은 인내와 지구력.” “덕질도 어려야 해먹을 듯.” “E블럭 11열 얼굴 잘 보여. 나는 소리보다는 얼굴 보러가는 게 더 커서.” 아이돌가수 얘기가 아니다. 조성진에 빠진 팬들 이야기다. 페이스북·블로그·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현재 조성진 공식사이트를 보면 2017년 3월까지 일정이 꽉 차 있다. 15일 이후 예정된 고국무대는 아직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십만~수백만원을 써가며 조성진의 연주회를 보러 해외 원정가는 팬도 늘고 있다.

당장 이달 3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마린스키극동페스티벌 여행상품은 조성진의 연주 일정을 포함한 것이 알려지면서 금세 매진됐다. 클래식기획사인 크레디아와 문화예술채널 아르떼TV가 내놓은 3박4일(215만원)과 4박5일(248만원) 여행상품이다. 지휘자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조성진 협연을 포함하는 일정이다. 결과는 모두 매진. 두 여행상품 모두 각각 20명을 모집했는데 이후에도 조성진 관련 문의가 쇄도해 대기자 명단까지 잡아놓은 상태다.

일부 몰지각한 한국 원정팬의 비매너 행위는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주회 중간에 사진을 찍는다거나 연주자에 대한 반말과 신체접촉 등 무례한 태도를 보여 연주자 사생활 침해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6월 프랑스 르 몽드 일간지는 조성진 연주회 리뷰에서 공연장 앞에 몰려있던 한국팬을 ‘그루피’(groupie·음악가를 따라다니는 극성팬)라고 표현,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조성진 발(發) 클래식 열풍 속 어긋난 팬덤

조성진의 팬덤은 기존 오빠부대와는 다른 분위기다. 아이돌가수 팬덤에 가깝다. 클래식은 몰라도 조성진을 보겠다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게다가 조성진은 비교대상도 없다. 하지만 도를 넘는 팬덤에는 우려가 크다.

조성진(사진=이데일리DB).
정작 조성진도 이 같은 열광적인 팬덤이 두렵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조성진은 지난 1월 네덜란드 음악잡지 ‘피아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내 인기를 묻는 질문에 “물론 점점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을 발견하고 팬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콩쿠르 이후에 나타난, 예상치 못한 유명세가 조금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3년간 파리에 살 때 나는 완전히 익명의 보통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젠 어딜 가든 나를 알아본다. 모국에서는 이미 프라이버시를 잃었다. 모든 게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에 올라간다. 곧 한국에서 콘서트가 있는데 걱정된다”고도 말했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조성진을 비롯해 최근 한국 음악가가 국내외 유명 국제콩쿠르 우승을 싹쓸이해 대한민국의 클래식 위상을 높였다”면서도 “비상식적인 행위는 높아진 국격을 깎아내리는 행위이자 연주자에 먹칠하는 격이다. 기본적인 공연관람 매너를 숙지해야 하고 연주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한 평론가는 “조성진 덕분에 클래식계에 입문하는 이들이 급증한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도 넘는 팬덤은 연주가에게 악영향 끼칠 수 있다”면서 “현재 한국 클래식계는 성숙기로 오르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클래식계에 긍정적 팬덤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 게시판에 올라온 팬덤이 만들어낸 조성진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 사진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이미지캡처.
길고 가는 손가락에 빠졌다는 조성진 팬심(사진=크레디아).
조성진 일부 팬들은 “조성진이 집중해 연주할 때 휘몰아치는 머리카락에 매료됐다”고 말했다(사진=크레디아).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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