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점포 줄고 모바일뱅킹 낯설고‥노인에겐 우대금리 '그림의 떡'

[디지털금융 소외된 노인]②
금융사, 금리·수수료 혜택 온라인 집중
디지털 어려운 고령층 혜택 못 받아
당국 "은행 점포 폐쇄 자제" 미봉책
  • 등록 2020-09-21 오전 6:22:00

    수정 2020-09-21 오전 7:17:1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오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051만1000명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한다. 전체 인구의 20.3% 비중이다. 2030년이 되면 전체인구 4명 중 1명(25.0%), 2040년에는 3명 중 1명(33.9%)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하지만 여전히 노인을 위한 금융은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금융의 디지털화가 앞당겨지면서 금융시장의 노인 소외 현상을 더 심각해지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불이익이 집중된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인은 미래 금융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노인을 위한 금융환경의 변화를 위해 업계와 금융당국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은 비대면 금융의 최대 피해계층

금융의 디지털화는 올 들어 불이 붙었다. 편의성을 무기로 한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모든 금융권이 디지털에 사활을 걸었다.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고령층은 최대 피해계층이 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100으로 볼 때 60대는 56.9, 70대 이상은 14.6으로 평가된다. 노인들은 디지털에 취약하다.

실제 고령층의 비대면 금융 이용은 매우 기본적인 수준에 그친다.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65세 이상이 이체와 출금을 온라인으로 이용한 비율은 69.9%였다. 전체 평균인 74.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신용대출이나 온라인 예금은 격차가 매우 커진다. 60대 이상의 온라인 신용대출은 12.4%, 온라인 예금 가입은 7.0%에 그쳤다. 전체 평균은 각각 58.8%와 47.1%다. 디지털 금융에서 조그만 절차가 복잡해져도 노인들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문제는 금융사들은 금리우대나 수수료 절감 등 각종 혜택을 온라인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에 접근하지 못하는 고령층은 이런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최장훈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교육, 금융사에 대한 지침 등 정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노인들이 단기간에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은행의 영업점 폐쇄를 자제하라고 요구한다. 한편에선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 금융교육 확대가 필요하지만, 일단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인들을 위한 대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영업점 폐쇄 여부를 결정할 때 직원만이 아닌 외부인사도 참여토록 했다. 외부자 참여로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라는 취지다. 은행은 영업점의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외부인에게 내부 영업정보가 알려지게 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고민은 비슷하다. 영국 은행연합회가 만든 ‘지점폐쇄 관련 자율규약’도 사실 영국 금융당국이 요청해서 만들어졌다. 이 규약은 은행지점을 폐쇄하기 전에 은행 자체평가와 지역상인 등이 참여하는 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우체국과 업무협약 체결, 모바일 뱅킹 지원 등 지점 폐쇄 이후 대체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소외층에 대한 접근성 보호는 금융사 자율에 맡기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자산 유동화·상속·건강관리에 금융착취 방지까지

노년의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은퇴한 노인층은 일반적인 재산증식 외에도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유동화, 상속·증여 등 재산권 이전, 건강·질병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금융권의 가계금융이 주로 직장인의 대출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은 국내 은행들의 이자 이익 의존도는 86%에 달한다.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담기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주목받는 건 신탁제도다. 후견지원신탁(치매신탁)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가 노인들의 금전을 신탁받아 재산관리를 해주고, 치매 등이 발생하면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치매환자 등 자산관리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후견지원신탁을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들의 묵혀 있는 자산을 유동화시키는 게 금융산업 전체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본의 경우 이미 노인 자산의 유동화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치매 환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143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30년이 되면 215조엔(약 239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신탁서비스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착취나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공신력 있는 신탁 금융사가 치매노인 등의 후견인이 되거나 후견인 감독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간병인 등 지인에 의한 금융착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27개국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약 6.8%가 이른바 금융학대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전체 노인학대 신고율은 4%에 그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금융의 장점이 크지만, 디지털 금융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미래에는 금융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에는 금융이 어떻게 발전해야 가야할지에 간단하지 않은 과제를 던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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