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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와 중구에 위치한 다른 편의점에서도 타이레놀 세 상자를 사려고 하자 역시 분할결제를 요구했다. 반면 현행법에 따라 두개 이상은 구입할 수 없다는 설명은 없었다.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도 상비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약물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도 편의점에서 감기약·소화제·두통약 등을 살 수 있게 허용하자 일부 편의점이 분할결제란 ‘꼼수’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편의점 39%, 상비약 다량 판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편의점 3만 3547곳 중 83.6%(2만 8039곳)에서 의약품을 팔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1월 수도권 편의점 300곳을 점검한 결과 39%(117곳)가 동일 의약품을 2개 이상 복수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의 포스(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 단말기로는 동일의약품을 한 번에 2개 이상 판매할 수 없지만, 일부 편의점이 이를 따로따로 결제하는 방법으로 복수 판매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보건소들은 분할결제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한 보건소의 관계자는 “고객으로 위장해 상비약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단속할 수 있겠지만 수사기관도 아닌데 월권이 아닌지 내부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 11월 이 제도의 시행 이후 서울 시내 편의점 가운데 복수판매로 과태료나 등록취소 처분을 받은 곳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생 의약품 판매교육도 안 받아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판매업소의 허술한 관리로 상비약의 위해성이 높아지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리 체계라면 제도 철회가 국민 건강에 더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도 지난 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안전상비약 판매업소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편의점이 아닌 약국들이 당번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해 심야나 공휴일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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