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0년 함께 했지만 이제는 헤어져야겠습니다"

국립암센터 1박2일 금연캠프 참가기
하루 한갑 20년 흡연시 담배값만 3000만원
"금연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끊을때까지 계속 도전"
  • 등록 2017-01-24 오전 6:30:00

    수정 2017-01-24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저는 흡연 40년차입니다. 담배가 친구처럼 참 좋았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싫어들 하고 몸도 힘들어져서 이번에는 꼭 끊어보려 합니다.”(이현기씨·57) “저는 흡연 4년차에요. 16살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남자친구가 싫어해서 이번에는 끊어보려고요.”(임은정·20)

국립암센터 경기북부금연지원센터는 20일과 21일 양일간 경기도 고양시 고봉동 동양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 금연캠프를 열었다. 2015년부터 매년 20회씩 지역별로 열리는 금연캠프는 회당 12명 정도의 흡연자들이 참가한다. 이번에는 총 14명의 애연가들이 참여했다. 담배와 함께해온 시간은 서로 달랐지만, 담배사랑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밥 먹고 더부룩함을 가라앉히려고, 스트레스 때문에 등 담배를 가까이해온 수많은 이유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애연가들이 한데 모여 금연캠프를 시작했다.

담배와의 이별 연습…시작은 담배 라이터 압수

입소 시 주머니와 가방 속 담배와 라이터는 압수 대상이다. 만약 캠프 기간 중 흡연사실이 적발되면 퇴소조치된다. 담배 회수상자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길에는 아쉬움이 맴돌았다. 장난감을 빼앗긴 7살 아이가 된 몇몇은 “집에 갈 때 돌려주실 거죠?”라고 불안해하며 묻기도 했다.

캠프 참가자 나이는 20세 여성부터 70대 남성까지 다양했다. 아내, 어머니, 딸 등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의 성화에 못 이겨 등 떠밀려 캠프에 온 이들도 있지만, 건강에 빨간불이 켜져 불가피하게(?) 담배를 끊어야 할 처지에 놓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양기택(47)씨는 “대학생 때부터 담배를 시작해 20년이 넘게 담배를 피웠다. 많을 때는 하루에 2~3갑도 금방이었다. 최근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이제는 끊지 않으면 안 돼 금연캠프까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금연을 결심하지 못한 상태다. “완전히는 끊지 못하더라도 정말 피고 싶을 때 1~2대는 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현기씨는 고교 때 친구의 권유로 담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1갑 이상 40년째 담배를 태웠다. 담배를 끊어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한 달 가까이도 끊어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씨는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아파 이젠 담배를 그만 피워야 겠다 싶으면서도 아침에 눈이 떠지면 다시 담배부터 찾게된다”고 말했다.

캠프 도착 이후 6시간째 담배를 피우지 못한 임승수(51)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담배를 배운 뒤 30년 동안 금연을 시도한 적조차 없다는 임씨는 “6시간 동안 담배를 안 피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오늘 밤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금연도 가능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하루 한갑 20년 흡연시 담배값만 3천만원

일반형 금연캠프 집단심리상담 모습(사진=국립암센터 제공)
캠프 프로그램 70%는 심리상담이다. 7명의 심리상담사가 3개조로 나눠 번갈아 캠프 참가자들과 상담을 했다. 상담사들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주력했다.

최창주 경기북부금연지원센터 사무국장은 “하루에 4시간씩 2일간 총 8시간의 심리상담을 한다”며 “금연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금연의지 고취가 이번 캠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심리상담 중에는 자신이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운 날과 적게 피운 날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도록 했다. 김진철(40)씨는 매일 20개비씩 20년을 피웠다. 여태껏 피운 담배가 14만 6000개비다. 돈으로 환산하면 2920만원, 담배를 피우기 위해 소비한 시간은 2년 8개월이나 됐다. 김씨는 “담배를 살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모아서 보니 큰돈이었구나 싶다”며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과 식사 이후 커피를 마시면서 물끄러미 자기 손을 드려다 보는 모습도 보였다. 어떤 사람은 하루만에 안절부절했고 또 다른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봤다. 흡연예방 훈련을 받은 스태프들은 금단현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니코틴 패치 등을 처방하며 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김미영 흡연예방금연강사는 “흡연욕구는 5분”이라며 “양치를 하던지 게임을 하던지 5분간 의식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서 한다면 갈망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연에 왕도는 없다” 작심삼일이 10번이면 한달

금연캠프에서 입소자를 대상으로 체내 일산화탄소량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금연캠프의 1박 2일은 너무나 짧았다. 그래도 몇시간도 담배와 떨어지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캠프 참가자들의 체내일산화탄소 측정 수치가 금연캠프 이틀째가 되자 대부분 ‘0’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0~4가 정상범위지만, 입소 당시만 해도 대부분 4이상을 기록했다.

금연에 왕도는 없다.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해서는 담배와의 이별은 불가능하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10번이면 한달 금연이다.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수치가 18에서 0으로 내려간 이원우(59)씨는 “하루 담배를 안 피웠는데도 얼굴색이 밝아진 느낌”이라며 “앞으로 금연 목표는 7일이다. 거창하지 않게 잡았다. 성공하면 그 이후에 다시 금연계획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두진(64)씨는 “문제는 캠프를 마친 이후다. 지금은 두려움이 크다. 앞으로 금연하겠다고 주변에 소문을 냈는데 다시 입에 담배를 물게 될까 봐 걱정된다.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금연 중 한 대 피운 것은 실패가 아닌 실수입니다.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마세요. 그동안 했던 노력을 생각하며 다시 안 피우면 됩니다. 담배와 이별하는 날까지 힘내세요!” 퇴소하는 참가자들을 향한 강은영 강사의 응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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