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 일하는 국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 등록 2020-06-11 오전 7:00:00

    수정 2020-06-11 오전 10:44:03

[임병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 부회장(전 국회 부대변인)]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20대 국회 전반기 캐치프레이즈다. 당시 정세균 의장은 “국회가 오히려 국민에게 짐이 되고 있다”며 일하는 국회를 주문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장외 투쟁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또 100여 명이 넘는 국회의원은 무더기 고발됐다. 21대 국회는 이러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문을 열었다. 일하는 국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개원과 함께 정당마다 ‘일하는 국회’를 꺼내 들었다. 1호 당론 법안에는 이런 의지가 담겼다.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까지 당론 1호 법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만간 예정이다. 공통된 목소리는 ‘일하는 국회’와 ‘경제 위기’ 극복에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일하는 국회 풍토를 조성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안 명칭도 ‘일하는 국회법’이다. 국회운영에 걸림돌이 된 국회법을 손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중심에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있다. 그동안 체계·자구 심사권은 남용 논란과 국회 파행에 빌미를 제공해 왔다. 법사위에서 시간을 끌다 폐기되곤 했다. 행정부가 일하고자 해도 입법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눠 역할을 조정할 계획이다. 사법위는 검찰청과 대법원을 감사하고, 또 의장 직속으로 자구·체계 심사권을 갖는 법제위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다른 한 축은 상시 국회 도입이다. 국회법은 2·4·6·8 짝수 달에 임시국회, 또 9월부터 100일간 정기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원내 지도부 간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면 문을 열수 없다. 야당은 이를 볼모로 삼았다. 문은 못 열어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았다. 국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정례화함으로써 아예 매월 국회를 열겠다는 의도다. 감사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법은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국정감사를 마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정기국회 중이라도 국정감사는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정기국회 예산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되기 일쑤다. 심도 있는 예산심사를 위한 감사 기간 조정은 바람직한 논의다.

국민의당은 윤리특위 상설화와 의장 직속 조사위를 구성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윤리특위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결과다. 열린민주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카드를 꺼냈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언제든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탄핵, 지방자치법은 주민소환을 통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파면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만 예외다. 당선만 되면 4년 동안 ‘철밥통’을 지킨다. ‘국민소환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도 포함돼 있다. 국민소환제는 17~20대까지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자기 목에 족쇄를 채우기를 꺼려한 국회 이기주의 때문이다. 지난 해, CBS여론조사에서 국민 77.5%는 국민 소환제를 찬성했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위한 민생지원 패키지 법’을 제출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방역으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과 사업자 지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의당은 인간의 존엄과 안전한 삶, 생태에 초점을 맞춘 ‘5대 우선 법안’을 내세웠다.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 △전 국민 고용보험제 △차별 금지법이 눈에 뜨인다.

당론 1호 법안을 열거한 이유가 있다.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일하는 국회’는 국회에만 맡겨둬서는 난망하다. 망각하고 군림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허균은 “오직 두려워해야 할 바는 백성 뿐”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두려워할 때는 선거 때 뿐임은 누구나 안다.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일깨울 필요가 있다.

창업과 수성(守城) 가운데 어떤 게 더 어려운가. 당 태종이 물었다.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며 그 이유로 “교만하고 방자해져 백성과 괴리되기 십상이므로 더 힘들다”고 했다. 정치의 속성을 꿰뚫은 말이다. 최초 긴장감을 유지할 때 창업도 수성도 가능하다. 긴장감을 잃어버리면 교만해지고 끝내는 무너진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엉뚱하다. ‘일하는 국회’는 당연한 것 아닌가. 굳이 ‘일하는 국회법’까지 만들어야할 지경이라면 국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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