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은 지난 몇년 간 글로벌 금융사의 한국시장 엑소더스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2017년 이후 미국계 골드만삭스, 영국계 RBS, 스위스계 UBS, 호주 맥쿼리 등 외국계 은행의 한국지점 철수가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계 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떠나는 이유는 소매 금융 비중이 큰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현지화 비즈니즈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크다.
저성장·저금리·저출산이라는 3저의 늪에 빠진 한국 금융 시장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비즈니스 매력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이자상환 유예조치에 이어 배당성향 20% 제한까지 관치의 강도는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는 이익공유제까지 들고 나왔다. 외국계를 국내로 유치하지는 못할 망정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결정한 쿠팡이 현지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각종 규제를 ‘미래 위험 요인’으로 제시한 것은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어떤 상황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다국적 금융그룹의 철수가 잇따르고 유망 유통기업조차 다른 나라로 발길을 옮기는 일이 계속되는 한 정부가 아무리 투자 매력을 강조해도 한국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외딴 섬’이 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