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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단은 24일 “최진철 감독이 이날 광주와 홈 경기를 마친 뒤 공식적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당분간 김인수 수석 코치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하며 조속히 후임 감독을 선임해 빠르게 팀을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최 감독은 21일 인천과 홈 경기를 마친 뒤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포항도 최 감독의 의사를 수용해 이날 광주전까지 마친 뒤 감독의 자진 사퇴 사실을 밝혔다.
최 감독은 24일 광주전에서 1-0으로 이기고 4연패 부진에서 탈출한 뒤 인터뷰에서 “여기가 마지막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서 기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많은 고민 끝에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사퇴 소감을 밝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최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성공가도를 걸어왔다. 특히 지난해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패(2승 1무)로 16강 진출을 이루면서 한국 축구의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 광주전에서 승리했지만 10승 8무14패 승점 38점으로 리그 9위에 머물러있다. 구단 창단 후 처음 하위 스플릿이 확정됐다. 3위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표면적인 부진 원인은 김승대(옌벤 푸더), 고무열(전북 현대), 모리츠(태국 부리람),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것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였던 손준호 마저 지난 4월 무릎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됐다.
그런 팀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 최 감독은 지혜도, 경험도 부족했다. 그전에 프로팀 감독을 맡은 적이 없었던 최 감독은 황선홍 감독이 사퇴한 뒤 지난 1월 뒤늦게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부임 이후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포항은 황 전 감독이 만든 짧은 패스 위주의 역동적인 ‘스틸타카’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 감독은 그런 포항 축구를 소극적인 수비 축구로 바꿔 팬들의 반발을 샀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과의 소통에서도 문제를 드러내며 팀내 갈등까지 불거졌다.
프로 원년부터 꾸준히 명문으로 군림했던 포항에게 하위 스플릿은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포항의 추락은 재앙 수준이었고 이제는 K리그 챌린지 강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포항의 2016년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진철의 시대는 너무나 짧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