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민주당, 길을 잃지 않으려면

  • 등록 2020-07-02 오전 7:40:36

    수정 2020-07-02 오전 9:18:14

[임병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 부회장] 최근 더불어민주당 재선·3선 의원 몇 몇을 주목한다. 극히 일부지만 그들이 쏟아낸 쓴 소리는 긴 가뭄 끝에 만난 소나기처럼 반갑다. 극성 지지자들은 “배신자”라며 못마땅해 하지만 그렇지 않다. 상식 있는 이들은 건전한 내부 비판이라며 반기고 있다. 지금 176석 항공모함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물샐 틈 없는 함구령이 아니다. 활발한 내부 비판과 경청이다.

이원욱(3선), 조응천·박용진(재선)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 금태섭 전 의원. 이들은 화석화되기 쉬운 집권여당에서 소금 같은 존재들이다.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경청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들의 말은 지극히 상식에 부합한다. 그런데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오히려 입을 닫은 초선 의원들의 침묵이 불편하다. 1990년, 노무현은 3당 합당에 반대해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때, 노무현은 초선이었다.

사실 ‘소신파 의원’이라고 따로 묶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연한 비판을 튀는 행동으로, 또 정상적인 주장조차 외면하는 조직은 비민주적이다. 또 이런 발언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보도되는 사회도 비정상적이다. 비판과 견제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책무다. 박근혜 정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비판과 견제를 포기했다. 그 결과는 주지하다시피 국가적인 불행으로 돌아왔다.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비난은 선을 넘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했다. 문제가 있다면 해임하면 된다. 그런데 직은 놔둔 채 조리돌림하고 있다. 그 정점에 추미애 법무장관이 있다. “(검찰총장이) 내 지시를 잘라먹었다. 새삼 지휘랍시고.” 추 장관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 조응천 의원이 이를 비판한 것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30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당혹스러운 광경. 말문을 잃을 정도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추 장관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촉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의원은 “거친 (추 장관) 발언은 검찰개혁 명분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대통령과 민주당에 누가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말은 품격을 잃으면 정당성도 상실한다. 더구나 추 장관은 지금 여당 대표가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그러니 “검찰 편 들 거면 미래통합당으로 가라. 조응천도 적폐. 민주당에서 퇴출하라”는 조롱은 본질을 외면한 저급한 공격이다. 이원욱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의원은 “청년들 분노를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 문제로 규정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청년들은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분노했다. 이 또한 불공정이 원인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중앙일보에 실린 박용진 의원 인터뷰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박 의원은 계파 정치와 단절을 주문했다. 그는 “초선이 계파에 소속되어 꼬붕?가방모찌(하수인)가 돼선 안 된다. 어느 계파 사람으로 규정받지 말라. ‘어느 계파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모욕감을 느껴야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언제부터인지 민주당에 계파 정치가 득세하고 건전한 비판은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우려가 있다. 줄을 세우는 계파 정치는 건전한 내부 비판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훌륭한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 그는 신하들과 가장 많은 경연을 한 왕으로 기록돼 있다. 32년 동안 내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쓴 소리를 경청했다. 그 결과는 한글창제, 측우기와 물시계 발명, 대마도 정벌과 두만강까지 영토 확장, 노비에게도 100일 간 출산 휴가, 획기적인 농업기술 발전으로 이어졌다.

주역(周易)의 핵심 철학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 간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은 이를 집약한다. 영원한 것은 없음을 안다면 겸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은 정점에 있다. 언젠가는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듯 변화가 올 것이다. 치열한 내부 비판과 소통이 전제될 때 민주당은 오래토록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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