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몇몇 기업에 국가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강력한 지배주주의 통제 아래 괄목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의사결정과정의 비민주성과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국가 위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빌미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법적 규제와 같은 기업 외부 환경 변화와 더불어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의 기업 내부 변화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없었다. 정부는 법적 규제를 통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기업은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보다는 규제법령에 위반되지 않도록 법적 요건만 맞추어 규제를 회피하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 국회에서 ‘공정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관련한 경영권 훼손 논쟁까지 확대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꼬여만 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표와 방향성을 총체적으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의 상속세율이 OECD 최고 65%라고 하지만 작년 상속·증여세 세수는 8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 鳴動 鼠一匹)‘인 상속세를 지배구조문제와 함께 해결하는 것이 해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진다면, 낮은 단일세율로 상속세를 과세하고, 오히려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으로 상속되는 재산에 대해서는 중과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속세도 현재보다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한국식 기업지배구조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 모두가 소통하면서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 독립적인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방안, 이사회 기능 강화 방안, 상속세 과세방안 등 지배구조개선과 연관된 사회적 과제를 함께 공론화시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후보자에게만 경영권을 주도록 하고,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실질적으로 부여해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무차별적 사업확장,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를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능력이 부족한 자식에게 무리하게 경영권이 승계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