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 만큼 불행해도 자퇴 못하는 이유"

카이스트 자퇴생 온라인 게시글 논란... 조국 교수, 서남표 총장 사퇴 촉구
  • 등록 2011-04-11 오전 8:29:45

    수정 2011-04-11 오전 8:29:45

[오마이뉴스 제공] 올해 4명이 자살하고 나서야 폐지된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의 '징벌적 등록금제'. 학생들이 세상을 등진 원인으로 지목된 제도가 폐지됐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남표 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

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정책이 결국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웠으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한 학사제도의 문제가 아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징벌적 등록금제 같은 일부 제도가 폐지된다 해도 경쟁만 강조하는 교육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부 아닌 학점 따게 하는 제도"

자신을 카이스트 자퇴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 올린 글에서 "자살할 만큼 불행하다면 자퇴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많은 학생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은 대학졸업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학교에 우리는 불행하다'라는 대자보를 보고, '불행하면 자퇴하면 되지 않느냐'는 댓글을 보고 적습니다"라고 글을 쓴 동기를 밝혔다. 지난 7일 카이스트의 한 재학생이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은 대자보에 답을 한 것이다.

이 누리꾼은 "징벌적 등록금제의 실제적인 효과는 학생들을 학점에 매달리게 하고, 배우는 것이 많은 과목보다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을 신청하게 한다"며 "배우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줄게 하고, 학과 외에 스스로 탐구할 시간을 없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더 외톨이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점을 따게 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는 "아마 개인마다 사정이 달랐을 것이지만 최근 불행한 사건들은 등록금 자체보다는 학생들의 외로움이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며 "나는 불행하지 않다.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이 글은 3만 건 이상 조회되고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카이스트의 일을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처럼 확대하지 마라", "경쟁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이제는 경쟁이 안 좋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글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누리꾼 아이디 'sansurak'은 "창조적 사고나 영감이 꼭 엄격한 징벌적 체제와 분위기에서 실현되어 지는 걸까?"라며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사고 속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stream'은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대학 전체적인 문제"라며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 당연히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만 수강하고 학점을 잘 주는 교수가 인기 '짱'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자신을 트위터 계정을 통해 누리꾼의 글을 전하며 서남표 총장을 향한 쓴소리를 날렸다.

조국 교수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서 총장이 유례가 없는 경쟁과 강박의 제도를 창설하여 이를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였고, 이러한 방식이 대학개혁의 모범인 것처럼 상찬되고 있다"며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이나 우울증 등 개인적 이유가 증폭되도록 만든 제도를 외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해 온 조국 교수는 "서 총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노선을 변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카이스트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학내구성원은 물론 국회, 언론,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개 숙인 서 총장, 18일 국회 출석

한편, 서 총장은 오는 18일 임시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카이스트 업무와 현안을 보고하고 의원들의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단순한 업무보고 자리지만 최근 잇단 자살논란에 대한 책임추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카이스트 이사회는 15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서 총장으로부터 최근 현안에 대한 대책을 보고받고 관련 학칙 개정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서남표 총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학생들이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며 정책에 대한 해명을 중심으로 담화문을 발표한지 3일 만에 공식적인 사과를 한 것이다.

징벌적 등록금제 등 과도한 경쟁체제가 학생들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서 총장은 "원점에서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 과목 영어수업을 축소하고 필수 이수과목도 감축하는 등 학생들의 학업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카이스트 측은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전면 휴강을 실시하고 학과별 회의를 거쳐 향후 계획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처음으로 학생들과 대화에 나선 서 총장은 12일 추가 간담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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