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의 심장 토크]심전도의 재발견, '빅데이터'

보호받는 심장의 상태를 외부에서 볼수 있는 심전도 ... 4차 산업 시대에 가장 각광 받는 신체 신호
  • 등록 2020-08-10 오전 7:14:23

    수정 2020-08-10 오후 2:37:09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심장은 구중 궁궐에 고이 모셔져 있는 장기이다. 우리 몸의 장기 중에 가장 철저히 보호받고 있는 기관을 꼽자면 단연 뇌이다. 두개골이라는 강철 만큼이나 단단한 뼈 구조물들이 두부처럼 연약한 뇌를 감싸 보호한다. 그 다음으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것이 ‘심장’이다. 앞으로는 흉골이라고 불리는 넓적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한 뼈가 전면의 충격으로부터 심장을 보호하고, 뒤로는 척추가 보호하고 있다. 양 옆으로는 폐와 갈비뼈가 심장을 감싸 보호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장기란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외부에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장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심장의 상태를 외부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돌파구가 된 것이 ‘Electro-Cardio-Gram: ECG’, 즉 ‘심장(Cardiio,心)의 전기적활동(Electro,電)을 그린 그림(Gram,圖), 심전도’이다.

양팔과 양다리 그리고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심장에서 일어나는 작은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기록되는 파형으로부터 2심방2심실로 구성된 심장이 움직이는 순서, 각 실을 구성하는 근육들의 크기 등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피부에서 기록되는 파형은 심장을 이루고 있는 수백억개의 세포들이 미세한 시간 차이를 두고 발생 시키는 전기 신호들이 합쳐진 것이다.

학자들은 이 신호의 모양으로부터 심장에 생긴 병적인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중요한 질환의 단서를 심전도로부터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심장 내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심초음파 검사가 개발되었고, 심장의 상태를 심전도로부터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심전도의 중요도는 점점 떨어져 갔다. 이후 심장CT가 개발되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전도는 구식 검사로 여겨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됐다.

4차 산업 혁명, 빅 데이터 혁명을 부르짖는 사람들 속에 심전도는 영원히 묻혀버리는 검사가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심전도 파형에는 수백억개의 세포로부터 나온 신호가 숨어 있고, 그 신호는 초당 512번의 빈도로 수집돼 종이에 기록된다. 종이에 기록된 파형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원본 자료는 초 당 512개의 자료가 파형별로 쌓이는 자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머 어마 하게 큰, 빅 데이터 이다. 기계 학습을 통해 빅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심전도 안에 숨어있던, 육안으로 식별해내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들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세종병원에서 심전도 분석을 통해서 빈혈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해외 유명 학술지인 ‘란셋 디지털 헬스’에 게재해 화제가 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심전도 속에 숨어있는 정보를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심전도가 전기 신호 처리 기술의 발전과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가장 쉽게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생체신호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마 의자에 앉아도, 자동차 핸들을 잡아도 또는 게임을 위해 조정간을 잡고 있는 순간에도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고, 스마트 워치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상시’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빅 데이터를 품고 있는’ 생체 신호로서 심전도는 4차 산업 시대에 가장 각광 받는 신체 신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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