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시티 서울]‘익숙한' 성벽에서 ‘낯선' 성벽을 발견하다

-‘도심 속 치유여행, 힐링로드 in 종로’ 걸어보기
  • 등록 2012-10-19 오전 9:02:10

    수정 2012-10-19 오전 9:02:10

당일 힐링코스에 참가한 일행이 북촌 한옥마을을 함께 걷고 있다=노매드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팍팍한 도심속에서도 힐링이 가능할까? 지난 16일 ‘도심속 힐링’이란 주제로 취재차 떠난 서욱 북악산 성곽 길. 일상에서 잠시 벗어 난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집결지인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으로 향할 때만해도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내심 걱정됐다. 이번 여행을 책임질 힐러(치유사) 선생님과의 짧은 눈 인사를 시작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 북악산 성곽 길로 떠나는 여정이 시작됐다.

한참을 걸었나 싶다. 곡선으로 이어진 기와지붕, 담장을 수놓은 민화, 나뭇가지에 달린 노란 감, 떼를 지어 지저귀는 참새소리도 이따금씩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여유를 가져서일
성곽 길에 오르던 참가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
까 모든 일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은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늦췄다. 사진을 찍는 이도 눈을 감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도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기자는 쉽게 무리들과 섞이지 못했다. 취재를 해야한다는 강박감과 치유해야 할 상처는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대부분이 40~50대 주부였던 일행에 무작정 청년 하나가 섞였으니 주뼛거렸다. 소녀로 돌아간 듯 다소 과장된 일행의 모습에 민망하기도 했다. 무리의 꽁지에서 관계없는 사람인 척 느리게 삼청동으로 향했다.

1시간 남짓 걸었던 터라 배는 출출해져 있었다. 여행사에서 예약한 식당으로 들어가 끼니를 챙겼다. 점심 식사는 남달랐다. 평소 10분이면 식사 후 자판기 커피까지 섭취가 가능했던 기자에게 느긋한 식사시간이 주어졌다. ‘힐링 이팅(healing eating)’. 식사도 명상의 연장선에 있었다. 마주 앉아 가을이 주는 정취 속에 밥 한 숟가락의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다.

삼청동의 오색찬란한 가게들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섰
눈을 가린 이, 길을 안내하는 이가 서로 멘토가 되어 발길을 옮기고 있다
다. 산책로를 따라 서있는 나무들이 가을을 맞아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흙으로 난 길을 밟았다. 도시가 끝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부지불식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가을 바람이 식혔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을 찾았을까’ 내심 궁금했다. 일행은 낮은 성곽 옆으로 난 산책로를 찬찬히 걸었다.

높은 성곽에 다다르자 일행은 몸을 기대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힐러 선생님의 말을 따라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했다. 바쁜 일상은 잊고 내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눈과 귀를 닫고 나와 대면해봤다. ‘내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었구나’ ‘일에 치여 생각할 겨를이 없었구나’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눈을 떴을 때 힐러 선생님이 노란 손수건을 나눠줬다. 2인1조를 이뤄 한 사람은 손수건을 묶어 눈을 가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안내자가 됐다. 조금씩 대화가 오갔다. “앞에 뭐가 있죠?” “이건 돌인가요?”

장난감 블록처럼 보이는 혜화동, 삼선동의 모습을 바라본 뒤, 내려오는 길에는 반대로 역할을 바꿨다. ‘이쯤에 다음 계단이 있으리라’는 짐작으로 앞을 밟았을 때는 영락없이 제자리였다. 한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별것도 아닌 길을 그냥 걸으면 될 것이지…’ 안내자 역할을 하며 다소 냉소적이었던 기자는 곧바로 옆 사람에 의지하고 말았다. 오늘 처음 만난 이에 제 몸을 맡기는 데는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해가 서서히 저물어갔다.

일행은 평상에 모여 앉아 서로를 마주보고 ‘성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감이 어떤지’ ‘나의 성곽은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지만 따뜻한 대화가 오갔다. 이날 돌아본 곳은 눈에 보이는 성곽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의 성곽’이라는 말도 나왔다. 철옹성처럼 나를 지키기 위해 쌓아 뒀던 내 안의 성곽을 떠올렸다. 짧은 시간동안 성곽을 정의하긴 어려웠다. 분명한 것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먹했던 일행들 간 벽이 무너졌다는 점. 일행과 아쉬운 작별을 하는 순간 다시 회색 벽이 나왔고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졌다.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혜화동을 당차게 걸었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도심 속 치유여행, 힐링로드 in 종로’는

힐링여행전문 사회적기업 노매드와 종로구청이 공동으로 기획한 여행상품이다. 당일코스와 1박2일 코스가 있으며 프로그램 참가비는 각각 7만원, 15만원이다. 북촌한옥마을-삼청동-서울 한양도성 등을 주요코스로 하며 거리는 7~8km정도 된다. 신청은 종로구청(www.jongno.go.kr)과 노매드 홈페이지(www.herennow.co.kr)에서 하면 된다.

잠시 벽에 기대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는 참가자들
당일코스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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