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 진출했던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맹추격하는 구도였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급증하면서 뒤늦게 진입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 등 선발주자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실패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지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실기’(失期)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당시 LG전자의 최고경영진은 피처폰 시절의 영광만을 간직한 채 스마트폰 사업 진출의 적기를 놓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경쟁을 해야 할 시기를 놓친 LG전자는 선두업체 추격은커녕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에게도 뒤처진 상황이다. 결국 누적 적자와 회사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 철수라는 최후의 수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재구속 된 뒤 세계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인텔도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자체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장기 경영전략의 최종결정을 해야 할 총수는 영어의 몸이 됐다. 경영현장에 있을 때와는 분명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판결 결과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이 부회장 스스로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이 부회장이 정치권력에 기생해 본인과 회사의 안녕을 꾀하려 했는지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총수 한 명의 부재로 흔들린다면 후진국형 기업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의 경영능력보다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결국 시스템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수년간 사법리스크를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지난해 9월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이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부회장은 경영현장이 아닌 조사와 재판에 할애한 시간이 너무도 많다.
사업에서 타이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최고경영진의 부재가 자칫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