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뻘배·죽방렴·재첩잡이…어촌 관광자원으로

  • 등록 2020-12-01 오전 6:00:00

    수정 2020-12-01 오전 6:00:00

전통적으로 어촌은 바다·강·호수에서 수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하는 사업 즉, 수산업을 주업으로 하여 생활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촌락이라 한다. 다분히 어촌의 산업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촌을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닌 사회·생태
·문화적 관점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어촌은 사회적으로 지역사회 공동화 방지, 해양재난 시 구난·구호와 더불어 해양 국토를 수호하는 안보기능을 가지고 있다. 생태적으로는 해양 생태계 보호 및 생물다양성 유지, 해안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문화적으로는 아름다운 경관 제공 및 다양하고 고유한 어촌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기능은 어촌이 가진 다양한 고유자원에 기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촌의 현실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촌의 주 소득원인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과거 173만 톤에서 현재는 절반 수준인 92만 톤으로 떨어졌고, 어업 인구도 45만 7000명에서 11만 3000명으로 약 75% 감소하였다. 반면에 어촌 고령화율은 15.9%에서 39.2%로 올라가 우리나라 전체 고령화율 14.9%의 2.6배 이상으로 높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된다면 우리나라 대다수 어촌은 공동화되고 소멸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삼시세끼’, ‘도시어부’ 등 다양한 어촌 관련 방송으로 인해 국민들의 어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어부들이 사는 비린내 나고 불편한 곳이 아니라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쉼을 갖고 싶은 곳으로 어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향후 5년간 우리나라 관광 트렌드는 ‘소소한 여행(소확행, 가심비, 가시비)’과 ‘일상에서 만나는 비일상 여행’이 될 것이라 한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관과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문화를 가진 어촌은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짧은 여행’,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체험하는 관광’ 트렌드에 매우 부합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우리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산업적 대책뿐만 아니라 고유한 어촌자원을 보전하고 활용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요 어업유산 제도’는 매우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사라져가는 유·무형 어업유산을 발굴하고 보전·계승하며, 어촌 방문객 증대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2015년부터 시행되었다.

현재 제주 해녀, 보성 뻘배,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 완도 지주식 김양식, 무안·신안 갯벌낙지, 하동·광양 재첩잡이,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등 8개가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매우 독특하고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인 어업들이다.

어업유산은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는 지속적으로 진화·발전하는 ‘살아있는 유산’임과 동시에 어촌 주민들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비일상 여행’의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관광 자원이다.

다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우리 실정을 감안할 때, 어업유산의 발굴·지정을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둘지 않으면 중요한 전통어업들이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어촌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그리고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자원으로 어업유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어업인만의 유산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는 행복을, 피폐해져 가는 어촌에는 활력소를 불어넣을 자원으로 어업유산이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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