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공짜 현금복지는 없다

  • 등록 2020-05-28 오전 6:00:00

    수정 2020-05-28 오전 6:00:00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재난지원카드 사용가능 문구가 붙어있다. 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2011년 8월26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에 반대해 시장직을 걸고 실시했던 주민투표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나랏돈으로 재벌가 자제들까지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고 오 전 시장은 선택적 복지가 옳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결과가 중도사퇴로 이어졌다.

9년이 지난 올해 봄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대상을 두고 똑같은 논쟁이 벌어졌다.

총선 공약으로 ‘전국민’ 지급을 약속했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재정여력을 이유로 ‘소득기준 국민 70%’ 지급을 준비했던 기획재정부간에 불협화음이 일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세훈 전 시장처럼 부총리직을 걸면서까지 반대하지 않았고, 결국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14조원 넘는 돈이 풀리자 동네 상점들은 출입구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시민들 또한 그동안 참았던 소비 요구를 마음껏 분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족들과 모처럼 한우·삼겹살을 사먹고 옷·신발 등을 구입했다는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힘입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월대비 6.8포인트 상승해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긍정적인 소비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시기인 오는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을에도 지속하면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건국이래 처음 시도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앞으로 복지정책 방향과 나라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시험대다. 9년 전 논쟁거리였던 ‘소득 구분 없는 무상급식’이 지금은 당연한 복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현금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당·정·청은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지만 증세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증세 얘기를 꺼내는 순간 ‘돈을 줄때는 언제고 곧바로 뺏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참석자들 모두 잘 알고 있어서다.

어려울 때 곳간 문을 열어 재정을 푸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지나간 뒤 미래를 위해 빈 곳간을 채울 계획을 세워둬야 하다. 국가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어디선가 돈이 들어와야 한다.

빚을 내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금 국민들이 쓰고 있는 재난지원금이 결국은 당신들이 낸 세금이이고 나중에 갚아야할 돈이라는 것을 알리고 재정이 구멍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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