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탄소중립과 수소 경제

  • 등록 2020-11-13 오전 7:30:05

    수정 2020-11-13 오전 7:30:05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에 기업들의 걱정이 크다고 한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말하는데,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로 2018년 배출량은 7억 톤에 달하고 있다. 이는 5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30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 규모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향후 30년간 매년 7대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 이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짐작하려면 우리보다 먼저 탄소중립을 선언한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에는 철강이나 화학산업의 탈탄소화, 운송부문 탄소 배출량 감소 등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구체적 목표와 대안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금년 7월에 발표한 수소 전략이다.

수소는 연소시키면 물이 되는 청정에너지원이고 천연가스와 유사하게 보관 및 운송이 용이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도 에너지원에서 수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략 소비량보다 발전량이 많을 때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여 보관했다가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 퓨얼셀을 사용하여 수소를 전기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유럽연합은 수소 경제 규모를 현재 20억 유로에서 2030년까지 1,400억 유로로 70배 키우고, 이를 위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보관하고 운송하는 일관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소는 천연가스처럼 매장되어 있지 않아 그대로 자연에서 채취할 수 없기 때문에 화석 연료나 물 등 수소가 포함되어 있는 물질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산한 수소를 청정 수소 또는 그린 수소라고 한다. 문제는 그린 수소의 생산단가가 높아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그린 수소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에 30조 원 이상을 투자하여 수소 경제에 필요한 그린 수소 확보와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된 수소를 소비처까지 운송하는 것도 문제이다. 천연가스는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있어 운송에 드는 비용이 매우 낮지만, 수소 운송을 위해 새롭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구축된 수소 파이프라인은 200km에 불과해 4만 5천 km에 달하는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의 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도시가스 업체가 지멘스와 공동으로 수소 운송에 대해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기존의 도시가스 네트워크에 약간의 추가 설비 투자만 하면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화석연료인 도시가스의 사용량이 줄어들게 되면 남아돌게 될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을 활용할 수 있고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을 새로이 구축할 필요도 없는 좋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 경제위원회가 출범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경제를 통해 우리나라는 2050년에 연간 70조 원의 경제효과와 6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것이라 한다.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탄소중립이나 수소 경제 모두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이다. 정부의 도전적인 목표 설정에 아직 준비가 덜 된 기업들로서는 걱정이 앞서겠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수소 경제에 참여할 길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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