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제작 이상백 대표 "완성도가 우선, 킬러 콘텐츠의 힘" [만났습니다]ⓛ

  • 등록 2022-08-18 오후 6:07:25

    수정 2022-08-18 오후 9:44:16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K콘텐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OTT가 살아남으려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작사의 힘도 함께 강해져야 합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MBC 드라마 ‘빅마우스’, 앞서 쿠팡플레이 예능 ‘SNL코리아’ 시리즈까지. 올 한 해 방송가를 사로잡은 세 콘텐츠를 제작한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K콘텐츠의 전성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작사들이 살아남아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치열히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 찾아가 ‘우영우’ 제안…‘완성도’가 먼저

올 하반기 드라마 한 편이 국내 플랫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KT그룹 계열사인 SKYTV가 지난 4월 출범시킨 ENA는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수많은 케이블 채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에서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시청률이 넷플릭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9회 최고 시청률 15.8%까지 치솟으면서 채널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드라마는 결국 채널(방송국) 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기존 방송가의 공식을 완벽히 뒤집은 결과였다. 강력한 킬러 콘텐츠의 힘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준 선례가 됐다. 해외 반응도 열렬하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성장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2주 연속 비영어 TV부문 1위를 차지하며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 중이다.

‘우영우’의 인기는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를 향한 각계의 관심으로 향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드라마 방영 2주 만에 주가가 2배 넘게 치솟기도 했다.

에이스토리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영우’를 제작한 이상백 대표는 케이블 채널 부흥기의 드라마 ‘시그널’부터 넷플릭스 국내 초기 ‘킹덤’ 등 한국 드라마 산업이 분수령을 맞을 때마다 과감한 도전으로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온 개척자다. 지난 대선 시즌 방송가와 정치권을 뒤흔든 ‘SNL코리아’의 ‘주기자’ 신드롬부터 지금의 ‘우영우’ 신드롬, 최근 방영을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빅마우스’까지 최근 콘텐츠들이 대부분 히트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36편의 작품을 제작한 이상백 대표의 선구안과 실험정신을 총집약한 결과다.

이상백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에이스토리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타 흥행의 비결을 묻자 “기존 콘텐츠와 어떤 차별점을 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한다”며 “내부에선 특히 작품을 고를 때 플랫폼, 배우들의 캐스팅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먼저 본다. ‘우영우’도 대본의 완성도가 높아 통과됐던 작품이었다”고 답했다.

다만 ‘우영우’가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을 것이란 예상은 전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채널 관계없이 5%는 무조건 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15%를 넘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혼자가 아닌 모든 스태프, 프로듀서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이 결실을 맺은 듯해 기쁨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이미 완성된 작가의 대본을 골라 작품화를 결정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우영우’는 기획 단계부터 남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우영우’는 영화 ‘증인’ 속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소녀 ‘지우’ 역할을 눈여겨본 제작사에서 문지원 작가를 찾아가 “‘증인’의 지우가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이야기를 쓸 수 있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성사된 작품이다.

이상백 대표는 “에이스토리는 체계적인 프로듀서 양성 시스템을 지향하는 회사”라며 “프로듀서들이 작품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나눈 뒤 이를 가장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작가를 기획단계부터 찾는 경우도 있다. 아이템에 따라 다양한 제작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대본 분량도 많고 이 장애에 대한 철저한 스터디가 기반이 돼야 드라마화가 가능했다”며 “이미 ‘증인’을 준비하며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은 문지원 작가가 대본을 맡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었고, 실제 과정 면에서도 수월하게 작용했다”고도 부연했다.

OTT 의존보단 제작사가 먼저 힘 갖춰야

‘우영우’ 신드롬에 의한 ENA 채널의 부흥을 지켜보면서 향후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의 생태계 구도에 또 한 번 변화가 일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대표는 “지상파만 있던 시대부터 종편, 케이블이 포함된 시대를 거쳐 점점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은 OTT까지 가세해 주요 제작사들보다 플랫폼들의 개수가 많아진 시점이다. 여전히 제작사가 플랫폼에 비해 ‘을’인 건 맞지만, 예전보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제작사가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OTT가 유입되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선이 많이 무너진 점도 한국 콘텐츠들이 전반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 했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번역 등 별도의 절차 없이 OTT를 통해 콘텐츠가 해외에 동시 공개된다는 점이 K콘텐츠 신드롬을 가능케 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고 꼽았다.

다만 지금처럼 제작사가 OTT 오리지널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될수록 콘텐츠 창작자, 제작자들의 의사결정권은 더욱 약해질 것이란 경고도 덧붙였다. ‘우영우’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ENA 채널 소유 드라마로 귀속하지 않고, 에이스토리가 ‘우영우’의 IP(지적재산)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돼야 한다. 현실적이며 수준 높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일”이라며 “‘우영우’와 ‘빅마우스’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두 작품이 특정 OTT의 오리지널이었다면 그만큼 예산을 투입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사가 IP를 직접 소유하는 것도 에이스토리가 제작 6팀을 보유한 소수의 대형 제작사라 가능한 부분”이라며 “세제지원, 기술 보증 등 제작사를 향한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보다 많은 제작사들이 힘을 갖출 수 있게 탄탄한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국내 콘텐츠 시장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백 대표는...

△1964년 출생 △뉴욕 공과대학교 TV프로덕션 석사 △KMTV 음악PD △국민일보 비서실 기자 △(주) 엔터원 대표이사 △(現) 에이스토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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