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명승부에 오점 찍은 잠실구장

  • 등록 2013-04-24 오후 9:56:16

    수정 2013-04-24 오후 10:17:05

삼성 박한이(가운데)가 24일 잠실 LG전서 2회 호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낸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G가 2-1로 앞선 7회초 2사 2,3루. 잠실구장 1루측 불펜의 문이 열리고 정현욱이 걸어나왔다. 친정팀을 상대로 첫 번째 등판. 잠실 구장은 막아주길 바라는 LG 응원석이나 역적을 기대하는 삼성 응원석 모두 묘한 설레임에 휩싸였다.

지난해까지 삼성 철벽 불펜의 든든한 한 축으로 활약했던 투수. 올 시즌엔 LG로 팀을 옮겨 유원상 봉중근과 함께 일명 ‘유·정·봉’ 트리오를 구축하며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그 장면만으로 극적이었던 상황. 타석엔 박한이가 들어섰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깬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라운드였다.

볼 카운트 0-1. 정현욱은 주무기인 포크볼을 택했고, 박한이가 이 공에 걸려들며 1루쪽 땅볼이 됐다. 이닝이 종료되며 LG가 한 숨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순간, 1루수 김용의 앞에서 공이 갑자가 크게 튀어오르며 머리 위로 넘어가고 말았다. 공을 잡으려던 김용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이었다.

결국 안타로 둔갑한 이 타구는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고 승부는 3-2로 삼성이 뒤집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많은 명장면들이 슬라이드 처럼 이어진 좋은 승부였다.

LG는 1-1 동점이던 4회 3루 주자 김용의와 2루 주자 손주인의 더블 스틸로 역전 점수를 뽑아내는 기막힌 발 야구를 선보였다.

삼성은 수비에서 빛을 냈다. 1회 2사 만루 위기서 김용의의 안타성 타구를 박한이가 다이빙 캐치로 건져내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공이 빠졌다면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울 수 있었다.

불펜의 활약도 모처럼 돋보였다. 심창민은 3-2로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던 8회말 1사 1,2루서 등판, 대타 서동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진영을 중견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안지만이 8회 2사 후 안타를 맞자 ‘끝판 대장’ 오승환이 등장,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불을 끄며 승리를 지켜냈다.

결과가 어느 팀의 승리로 끝나건 박수 받을 수 있는 좋은 경기. 다만 새 흙을 교체한 뒤 아직도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바운드가 일정치 않게 튀고 있는 잠실 구장만이 유일한 방해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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