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 가이드]실수하면 비판 뻔한데 공개 서민행보 이유는?

진부하기까지한 전통시장 방문·음식 먹기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미지
'그림 된다' 이유, 언론이 부추기는 측면도
보이는 모습보다 진지한 정책적 고민 중요
  • 등록 2020-02-15 오전 11:00:00

    수정 2020-02-15 오전 11:00:00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는 같은 시간 종로구 창신1동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1승 1패.’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빅매치 구도를 형성한 이낙연 전(前)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았습니다. 소탈한 모습의 서민행보를 하다가 한 차례씩 실수를 하면서입니다.

이 전 총리는 지하철을 탑승하다가 교통카드를 반대편에 찍어서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황 대표 역시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찍어 먹는 용도의 긴 이쑤시개를 젓가락처럼 사용하면서 빈축을 샀습니다.

사실 이런 서민행보는 권력에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후보 한명 한명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정치인의 정해진 문법처럼 너도나도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길에 서서 음식을 먹고 직접 찬거리를 구매합니다.

하지만 조그만 실수라도 보이면 오히려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고 상대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만 받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개 일정을 굳이 소화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실제 서민 삶 체험하고 느끼기엔 역부족

사실 정치인의 대중교통 이용, 전통시장 방문이나 음식 먹기는 어느 정도 언론이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소위 ‘그림이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소박하게 전통시장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이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선후보나 당 거물급들의 시장 방문 일정을 동행 취재할 때 가장 많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는 순간이 음식을 먹을 때입니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을 취재하느라 손이 부족한 기자들에 입속으로 손수 음식을 넣어주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이 장면도 고스란히 사진과 화면에 담깁니다.

다만 아무리 그럴듯하게 사진에 찍히더라도 현장에서 보는 이런 행보는 실제 서민의 삶을 체험하고 느끼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거에 나간 후보 캠프 측이나 당 관계자들이 사전에 동선을 확인한 상태에서 상인회 회장 등이 밀착 수행하는 데 평소 시장의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경기 역시 “어렵다. 경제 좀 살려 달라”고 하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말을 통해 간적벅으로 체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낙연·황교안 실수도 “그냥 해프닝 정도”

어쩌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총리를 지낸 이 전 지사와 황 대표가 지하철 탑승과 떡볶이를 먹는데 다소 어색한 모습을 노출한 것도 진지하게 고민할 비판 지점이라기보다는 해프닝에 가깝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도 “그냥 해프닝 정도로 본다”며 “안 하면 좋지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건 이런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서민 경제에 대한 진지한 정책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정치인들의 문제는 의전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수동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멀쩡하던 사람도 여의도에만 오면 능동적인 생각을 못 한다”며 “밑에서 써주고 만들어주는 정책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읽기에 급급하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여야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입니다. 종로 선거전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 역시 그들의 승부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서민처럼 보이는 행보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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