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SRE]두산, 자구책 마련에도 시장 우려 여전

2회 연속 워스트레이팅 최다득표 '불명예'
  • 등록 2016-05-16 오전 7:40:12

    수정 2016-05-16 오전 7:40:12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두산그룹 계열이 2회 연속 워스트레이팅 최다 득표라는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23회 SRE 응답자 141명 중 51명(36.2%)이 두산 계열(중공업·인프라코어·건설)의 신용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40개 워스트레이팅 후보 기업군 가운데 불명예스러운 1위다.

자사를 둘러싸고 가시지 않는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사업부 매각과 자회사 기업공개(IPO)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두산그룹으로선 이번 결과에 실망할 법하다. 특히 지난 22회 설문 직전 계열사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음에도 최다 득표를 기록했고 공교롭게 이번 SRE를 앞두고도 등급이 또 한 번 조정됐지만 1위 멍에를 피하지 못했다.

SRE 자문위원은 “두산은 주요 대기업 집단 가운데 신용도 위험이 가장 큰 그룹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며 “각종 자구책 마련에도 시장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투기등급 추락한 건설, 재무 악화 늪 벗어나려 안간힘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의 늪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두산건설은 올 들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취약한 재무구조하에서 단기성 차입금 상환 부담이 크다. 두산건설의 차입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조3300억원으로 특히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9700억원을 웃돈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어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배당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4200억원에서 510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시행했다.

두산건설은 매각할 수 있는 사업부와 보유 자산은 최대한 팔아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레미콘을 생산하는 렉스콘 사업부 공장 6곳 중 5곳을 매각하고 최근 남은 관악공장도 물적분할을 통해 분리매각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좋아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매각 등도 진행 중이다. 두산건설은 이 같은 고통스러운 군살 빼기에 힘입어 일단 지난 1분기 순이익을 흑자로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크레딧시장의 판단이다. NICE신용평가는 “두산건설이 제시한 보유 자산과 사업부 매각은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며 “매각이 모두 원활히 진행되더라도 총차입금이 7000억원 내외로 여전히 회사의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은 과다하다”고 평가했다.



‘공작기계 매각·밥캣 상장 추진’ 인프라코어 위기탈출 잰걸음

지난해 그룹 매출의 38%를 책임진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유동성 위기 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 건설기계 시장의 침체 영향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되고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성이 뛰어난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에 MBK파트너스로 넘겼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위험을 상당 수준 낮추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대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고 전제하면 작년 말 가결산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은 5조500억원에서 3조92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부채비율은 267%에서 203%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공작기계사업부는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45%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 사업부였던 만큼 매각에 따른 영업이익 규모 축소가 차입규모 감소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웃돌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형건설장비 자회사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밥캣은 2010년 북미 건설시장 회복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한 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터다. 당초 해외 상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투자은행(IB)업계는 기업공개 전 투자유치(프리 IPO) 결과를 바탕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상장을 통해 최대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업구조조정과 경비 절감 등에 힘입어 올 1분기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고무된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 매각과 밥캣 상장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크게 높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증시 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기계업종 특성상 회사 측이 기대하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RE 자문위원은 “밥캣 상장과 관련해 시장에서 지난해 프리 IPO 당시 발행된 전환우선주(CPS)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매기고 있는데 CPS보다 보통주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지원 부담에 허리 휘는 중공업

두산중공업은 국내 발전설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해외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1년 이후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고 수익성도 나빠졌지만 최근 신규 수주 증가와 원가율 개선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현금창출능력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작다. 문제는 자회사다. 두산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이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은 자회사들의 실질적 지원주체로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앞서 두산건설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RCPS 주주 간 계약에 참여하는 등 계속된 지원으로 정작 자사의 재무건전성과 신용도에 문제가 생겼다. 최근에는 두산건설의 주식 2272만7299주를 약 4000억원에 장외거래로 취득하기로 하면서 또 한 번 두산건설 구하기에 나섰다.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 신용을 담보로 발행한 4000억원 규모 RCPS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자 이를 되사기로 한 것이다.

신용평가업계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지원 부담이 너무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NICE신평은 최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리면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 주요 자회사의 재무안정성 저하와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회사의 연결기준 실적과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자회사에 대한 회사의 지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설문 분석과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워스트레이팅 상위 득표를 기록한 기업(계열)에 ‘발언대’ 형식으로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다. 두산그룹에도 발언대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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