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3조 풀려도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행정복합도시 예정지 공주·연기 주민들
보상자 75%가 3억원 이하 땅값 폭등에 농사 포기 속출
  • 등록 2006-12-15 오전 9:24:30

    수정 2006-12-15 오전 9:24:30

[조선일보 제공]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무슨? 다들 불행해…. 그리고 고향 잃고 직업도 잃게 된 우리 보고 이젠 투기꾼이라고? 혀도 너무 허는 거 아녀?”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 김모(69·연기군 남면) 할아버지는 “마을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버럭 화를 냈다. 공주 버스터미널 앞에서 탄 택시 안에서 기사 최원식(36)씨는 “이곳 사람들 99%가 고통스러워 한다”며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행정도시를 왜 이곳에 한다고 해서 우리를 괴롭히느냐”고 한탄했다. 이미 3조원 가까이 보상금이 풀린 ‘제2의 수도’ 행정도시 예정지의 2006년 12월은 예상 외로 우울했다.

◆옮길 곳 못 찾고, ‘유랑민’ 전락 위기= 연기군 남면에서 13년 동안 축산업을 해온 박치온(56)씨는 폐업과 농장·주택의 매도를 조건으로 1억6000여만원의 보상금을 통보받았다. 왼쪽 다리가 의족으로 2급 장애인인 박씨는 “주변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이렇게 소액을 보상하는 것은 생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이주 걱정 때문에 세 번이나 입원하면서 몸무게가 14㎏이나 줄고 가족 모두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땅과 집이 있는 주민은 그나마 나은 편. 평생 소작농을 해온 성모(연기군 남면) 할머니는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난 ‘77세 독신’에 이주비 2700만원을 달랑 손에 든 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유랑민이 될 처지다.

◆떠나느냐 전업하느냐 고민=공주 신관동 대동부동산 서영창 대표는 “많은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객지의 싼 농지를 산 후 5~10년쯤 ‘타지인’이라는 고통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천직인 농사를 포기하고 조그만 장사라도 하며 고향 근처에 눌러앉을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도시 기대감에 외지인 투기가 겹치면서 인근의 땅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보상받은 돈으로는 근처에 절반 규모의 농지를 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전체 보상금이 3조1167억원이나 되지만 보상 대상자 1만명 중 보상금 3억원 이하가 전체의 75%에 달한다.

개발 기대감 속에 관심을 끌었던 인근 조치원의 부동산시장도 최근에는 시들해졌다. 올해 들어 삼호·신동아·우방·GS건설 등이 잇따라 분양에 나서면서 반짝 붐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대출, 원금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 정도로 미분양 아파트 소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일부는 ‘비극’… 일부는 ‘대박’=보상금이 비극을 낳기도 했다. 5억여원을 보상받았던 L(67·연기군 남면)씨는 지난 8월 자녀들이 보상금을 갖고 서울로 가자고 요구하자 “고향 떠나기 싫다”며 목숨을 끊었다. 남면의 또 다른 L(69)씨도 아들과 딸이 보상금을 놓고 다투자 “나 하나 없어지면 화목해질 것”이라며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보상금 갈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0명이 넘는다.

물론 50억~70억원의 고액 보상금을 받아 짭짤한 투자에 성공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연기군 김모(67)씨는 올해 초 50억원을 보상받아 서울 강남구 대치동 33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40여억원을 보상받은 남면 임모(64)씨는 상당액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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