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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금융]한줄이 이렇게 커질줄이야‥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일파만파'

금융위, 19일 업무보고 이후 두 차례나 설명자료 내
빚투·영끌에 지난해 초 109조원 신용대출, 현재 134조원 급증
주담대, 원금분할상환으로 건전성 재고 판단
"'사다리 걷어찬다'는 청년층의 박탈감이 가장 큰 우려"
  • 등록 2021-01-26 오전 7:19:21

    수정 2021-01-26 오전 7:19:4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아직 정해진 게 아니에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서 예시 한 줄 들어간 건데, 반응이 너무 커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고액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관심이 너무 커져 부담스럽다고 했다. 고액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이행시기는 물론,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3월 발표할 ‘가계대출 선진화 방안’에 들어갈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언급 후 불 끄기 나선 당국

고액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이 언론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금융위가 지난 19일 발표한 ‘업무계획’이다. 올 한해 금융위가 어떤 점에 주력할지를 소개하는 게 업무계획이다. 정부부처의 연초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 중인 거액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문구와 “(예) 일정금액 이상의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 등”이라 기재돼 있었다.

자료가 나온 후 관심이 집중됐다. 신용대출을 받았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원금분할상환이 기본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은 대다수 이자만 갚다가 마지막에 원금을 갚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정금액’이 무엇이냐, 언제부터 도입되느냐 등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금융위는 20일과 22일 각각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토 가능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는 설명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정책에 대해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설명자료를 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당국이 이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은 확실하다. 금융당국에서 올해 주력할 일들을 집약한 ‘업무계획’이 간단한 아이디어로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각종 가계부채 토론회에서 이 같은 건의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업무보고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결국 갚아야 하는 대출인데 조금씩 나눠서 하면 차주에도 도움되고 은행도 건전해진다”며 “‘지나친 정도(고액의 기준)’에 대해 금융권과 얘기해볼 것”이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주담대 규제 풍선효과에 빚투까지…작년만 26조원 늘어나

이달 2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신용대출 규모는134조9583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109조원 수준이었지만 6월 말 117조원로 뛰어올랐고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린데다, 작년 말부터는 주식투자 붐까지 불며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더해졌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을 넘어선 무리한 대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1년부터 주담대에 원금분할상환을 도입한 후 소기의 효과가 있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3~2004년 무렵의 주택담보대출 행태를 보면 85%가 3년 동안 이자만 내고 3년 후 집값이 오르면 상환하고 차익을 얻는 형태였다”면서 “10여년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을 꾸준히 확대하며 건전성이 재고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신용대출은 만기시 원금을 한번에 갚다 보니, 대출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도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경우도 있다. 만일 원금분할상환이 의무화되면 이 같은 신용대출 수요는 줄일 수 있다.

다만 제도가 도입되면 당연히 매달 차주가 은행에 갚아야 하는 상환액은 커진다. 게다가 대출 한도도 줄어들 수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현재 금융회사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관리하는 데서 차주 단위별 DSR 심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에 신용대출의 원금 분할상환액이 포함되면 개인별 DSR이 높아져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의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실질적으로 고액 신용대출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셈이다.

끊어지는 사다리…청년층 박탈감을 달래는 규제가 가능할까

대출시장은 새로운 규제 도입을 앞두고 정신없는 분위기다.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두자는 수요가 늘어나며 19~20일 이틀간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7361억원 늘었다. 게다가 원금분할상환에서 제외되는 마이너스통장에도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올들어서만 마이너스 통장이 3만개 넘게 개설되고 있다.

당국은 신용대출 ‘막차’ 수요를 보며 정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신용 공급 자체는 이어가면서도 주택 구입이나 주식투자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고액의 신용대출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을 시뮬레이션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청년층의 박탈감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을 실컷 올려놓고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박탈감이 이번 고액 신용대출 분할상환에도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실제 금융위는 이번 업무계획에서도 ‘고액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 바로 하단에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충분한 신용 공급 기조는 견지하고 장기모기지 도입과 우대조건 확대 적용 등을 통해 청년과 무주택자 대상 주거 사다리 금융지원은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 식으로 도입될 4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역시 부동산시장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 청년층, 신혼부부 등에 제공될 전망이다. 하지만 40년 주담대 역시 월 상환액이 줄어들었을 뿐, 이자를 내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내야 하는 부담 자체는 커진다. 청년들이 이를 ‘주거 사다리’로 느낄지는 미묘한 지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 때마다 참 어렵다는 생각을 계속 한다”면서 “정책이란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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