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사전적 정의는 ‘뉴스보도·사회·실황 중계의 방송을 맡아 하는 사람’. 하지만 이미 아나운서는 ‘중계’라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TV카메라가 비추는 주요 대상으로 떠올랐고,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시작됐다.
노현정 아나운서에 앞서 다른 아나운서들도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거나 담당 프로그램 이외의 일을 맡으며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KBS 강수정 아나운서가 오락 프로그램인 ‘해피 선데이’의 ‘여걸 식스’에 출연하자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라는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SBS뉴스프로그램인 ‘생방송 모닝 와이드’를 진행하는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는 MBC와 SBS 아나운서실 간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선 아나운서의 변신에 대해 시청자들이 한편으론 이를 즐기면서도 대부분 ‘아나운서가 저래도 돼?’라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중적 심리를 보인다. 이후 프로그램의 선택에도 제약이 따른다. PD들도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스타 아나운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상상플러스’는 노현정 아나운서 후임으로 백승주 아나운서를 기용했다. ‘상상플러스’ 이세희 PD는 “백 아나운서는 시청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타골든벨’ 이황선 PD도 “이미지가 고정돼 있지 않아 새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진행자가 후임자 선택 기준의 1순위였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현정 모델’은 다른 아나운서들에게도 가능한 모델일까?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채지영 책임연구원은 “노현정 아나운서의 경우는 ‘틈새시장’일 뿐 아나운서의 새로운 역할 모델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며 “아나운서 스스로 정체성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경우 ‘교양 있어 보이는 탤런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할 확대를 위해 한 발짝만 ‘연예인’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자칫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일본의 모 인터넷서점에서는 ‘○○TV 아나운서 사진집’이 나왔다며 발췌 사진과 함께 설명을 붙여놨다. “올해의 테마는 ‘프린세스(공주)’로, 촬영할 때는 ‘파티에 입고 가는 옷’을 아나운서들이 갖고 있는 옷 중에서 코디했습니다. …물론 올(all) 칼라입니다.”
뉴스 전달자와 연예인의 중간 지점에 끼게 된, 한국의 아나운서 정체성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