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석사 불상 논란' 한·일 장관의 문제

  • 등록 2013-09-30 오전 9:00:24

    수정 2013-09-30 오전 9:07:46

[광주=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지난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통해 나온 일본 청소년 수학여행단의 방한 확대와 3국 저작권 보호 공동 대응 등의 성과는 빛을 바랐다. 예기치 않았던 ‘부석사 불상 반환 문제’에 이슈가 집중돼서다.

하루 전인 27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의 양자회담 자리에서 오간 말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유 장관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반환을 위해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이 일본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일본이 약탈해 간 유물을 한국의 장관이 되돌려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때문에 이날 취재진의 질문도 유 장관의 부석사 불상 발언 진상 파악에 쏠렸다. 유 장관은 “사법 당국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전제로 도난된 문화재일 경우 반환해야 한다는 국제법상 원칙론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반환’에 방점을 찍어 얘기한 게 아니라 국제 규약의 원칙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리해보면 유 장관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 말을, 일본 측이 실질적인 반환 의지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불상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미묘한 입장 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해를 산 가장 큰 책임은 문체부에 있다. 유 장관의 발언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 문제의 불상은 국내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진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일본에 약탈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절도범을 통해 우리나라로 밀반입됐다. 이 과정에서 절도범이 체포되고 한국 정부가 불상을 압수하자, 일본은 반환을 요구했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게 대전지법. 지난 2월 일본에서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일본으로 불상반환을 금지해달라는 부석사의 ‘일본 이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러할 때 원론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유 장관이 ‘문화재 환수’ 얘기를 꺼낸 건 불필요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말만 해도 됐을 일이다. 불상 환수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일본에 왜곡된 해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미숙한 대응이었다.

반대로 일본 측은 이 이슈를 ‘영악하게’ 활용해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시모무라 문부상은 27일 양자회담 후 자국 취재진을 따로 불러 “한국 정부는 불상 반환에 대한 대응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홍보’했다. 애초 불상은 공식 의제도 아니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 내용을 자국 입맛에 맞게 포장해 이슈를 먼저 흘린 것이다. 일본 측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시모무라 문부상은 불상 논란이 불거진 다음 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국 기자단의 질문 하나만 받고 자리를 떴다. 비행기 일정이 촉박하다는 게 이유. 하지만, 이 회견은 3국 문화 장관의 공동 행사다. 한·중 장관만 놔두고 자리를 뜬 건 외교적 결례라 볼 수 있다. 부석사 반환 논란을 일으켜 놓은 채 사라진 셈이다. ‘먹튀’라는 단어가 떠오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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