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동결·유학생은 인상'…대학 등록금 국적 차별 물의

교육부 '등록금 상한제 배제' 공지 후 대학들 줄인상
유학생 기숙사비도 내국인 학생보다 할증해 적용
전문가 "타당한 근거, 합리적 절차 거쳐야" 지적
  • 등록 2017-03-09 오전 6:30:00

    수정 2017-03-09 오전 6:30:00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KU국제교육도우미(가운데)와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학생이 ‘봉’인가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허모(23)씨는 8일 “한국인 학생들과 받는 같은 교육을 받는데 등록금은 더 비싸고 기숙사 비용 역시 10만~20만원 더 내야하는 등 유학생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일 개강한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들이 줄줄이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이들에게 기숙사비도 더 내게 해 ‘비합리적인 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학생 동결…유학생은 줄줄이 인상

최근 경희대는 전년 대비 유학생 등록금을 7% 인상, 22만원 오른 366만원(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확정했다. 반면 국내 재학생 등록금은 동결(314만 7000원)했다.

경희대 유학생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측이 애초 10% 인상안을 내놓았다가 유학생들이 반발하자 7%로 조정했다”며 “하지만 이것도 다른 대학들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양대와 중앙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은 5%, 동국대와 숭실대 등은 3%씩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 학교들도 올해 국내 학생 등록금은 동결했다. 고려대는 올 2학기부터 유학생 등록금을 15~18%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게 일자 일단 동결키로 방침을 바꿨다.

사립대들 잇따라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 ‘정원 외로 뽑는 유학생 등록금에 한해 등록금 상한제 적용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대학 측에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외국인 유학생들 탓에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주장해 온 대학들이 교육부의 입장 발표 이후 일제히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해당 대학들은 외국어 가능 교직원 채용과 유학생 전공 교육 관리 지원 확대 등 내국인 학생에 비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몇 년째 대학 동록금을 동결해 재정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어학 프로그램 등 국내 학생들보다 교육비가 더 드는 외국 학생이 늘었기 때문에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숙사비도 외국학생엔 할증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들은 기숙사 비용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경희대 기숙사 ‘세화원’의 경우 국내 학생은 입사비가 학기당 83만원이지만 유학생의 경우 97만원이다.

중국인 장모(21)씨는 “한국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기숙사 비용이 더 많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왜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사감 조교를 배치하는 등 행정 관리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만을 상대로 등록금·기숙사비를 차등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재학생 등록금 인상이 쉽지 않자 비교적 집단적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학생을 상대로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오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하겠단 정책을 펼치는 교육부가 대학들의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은 방조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이미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했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면 오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반발이 심한 국내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보단 재정 확보 차원에서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 더 쉬운 길이라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방적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은 일종의 대학과 교육부의 담합”이라며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대학 측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려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란 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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