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은 진행형…아내 윤정희 엄한 비평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투어
오는 9월 서울서 32곡 연주
“음악인 삶 좌우하는 베토벤
그의 곡과 함께하는 건 행운
아내는 내 음악인생 동행자”
  • 등록 2017-04-19 오전 6:21:22

    수정 2017-04-19 오전 6:49:01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연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니 디테일이 더 들리고 보이더라. 그만큼 과제가 더 많아진 셈이다. 더 연습해야 하는 끝 없는 여정인 이유”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직도 ING(진행형)다.” 60여년간 피아노 외길을 걸어온 백건우(71)가 작곡가 베토벤에 대해 묻자 꺼낸 말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와 만난 백건우는 “이제서야 (베토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도 “연주를 거듭해도 베토벤은 늘 새롭다. 계속 재발견해야 하는 작곡가”라고 이 같이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통하는 거장 백건우가 베토벤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피아노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로 전국을 순회하는 대장정에 오른다. 이번 전곡 완주는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는 2007년 12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특별 무대를 국내에 선보였다.

△“소나타 번호대로 연주 안할 것”

백건우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큰 모험”이라며 “베토벤은 음악사에서도 뛰어난 작곡가로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이다. 이런 훌륭한 작품과 인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는 10년 전 연주와 달라진 점에 대해서 ‘지방 투어’를 꼽았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방을 투어 중인 그는 경기·대전·대구·안동·울산 등 전국 주요도시 32개 무대를 찾아 청중과 교감한다. 특히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7일 간 총 8회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한 번에 들려준다. 그는 “많은 곳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건 한국 클래식 무대가 넓어졌다는 의미”라며 “음악으로 많은 청중과 대화할 수 있어 기쁘다”고 귀띔했다.

소나타를 번호 순서대로 연주할 생각은 없단다. 그는 “소나타에 1번부터 32번까지 번호가 달렸지만, 숫자일 뿐 별 의미가 없다. 한 곡 한 곡이 다 중요하고 완벽하다. 연주의 흐름에 맞춰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제일 첫 곡으로 배치했다. 소나타 19번과 20번은 1번을 발표하기 전 먼저 스케치 했던 곡이다. 그만큼 곡도 너무 순수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의 영향을 받아 최근 중국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상황이 안타깝지만 베토벤의 음악보다 오래 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구이양 심포니에서 ‘일이 풀리는 대로 다시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정치적인 문제로 이런 일이 생겼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음악 외에는 욕심 없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가 세계적으로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로 손꼽은 백건우는 10살 때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첫 콘서트를 가진 이후 1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올 2월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도 클래식부문 최우수상과 대상을 거머쥔 유명 연주자이다.

고희(古稀)를 넘긴 뒤에도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연주할 수 있는 동력은 뭘까. “내 연주에 만족을 못했기 때문인 거 같다. 지금에 와서야 편하게 악기를 다룰 수 있고, 음악을 표현하는데 좀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하하.”

그의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73)에 대해서는 가장 엄한 비평가라고 했다. “결혼 생활을 한 지도 40년이 지났는데, 제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내 음악 인생을 동행하는 사람이자 가장 엄한 비평가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음악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보다 많지만 음악 외에는 욕심이 없다. 굉장히 심플하게 생활한다”고 웃었다.

이날 간담회 자리 뒤편에는 ‘비서’ 역할을 자처하는 그의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73) 씨가 역시 함께했다. 윤정희 씨가 백건우 씨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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