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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직도 ING(진행형)다.” 60여년간 피아노 외길을 걸어온 백건우(71)가 작곡가 베토벤에 대해 묻자 꺼낸 말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와 만난 백건우는 “이제서야 (베토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도 “연주를 거듭해도 베토벤은 늘 새롭다. 계속 재발견해야 하는 작곡가”라고 이 같이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통하는 거장 백건우가 베토벤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피아노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로 전국을 순회하는 대장정에 오른다. 이번 전곡 완주는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는 2007년 12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특별 무대를 국내에 선보였다.
△“소나타 번호대로 연주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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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를 번호 순서대로 연주할 생각은 없단다. 그는 “소나타에 1번부터 32번까지 번호가 달렸지만, 숫자일 뿐 별 의미가 없다. 한 곡 한 곡이 다 중요하고 완벽하다. 연주의 흐름에 맞춰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제일 첫 곡으로 배치했다. 소나타 19번과 20번은 1번을 발표하기 전 먼저 스케치 했던 곡이다. 그만큼 곡도 너무 순수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의 영향을 받아 최근 중국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상황이 안타깝지만 베토벤의 음악보다 오래 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구이양 심포니에서 ‘일이 풀리는 대로 다시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정치적인 문제로 이런 일이 생겼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음악 외에는 욕심 없다”
고희(古稀)를 넘긴 뒤에도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연주할 수 있는 동력은 뭘까. “내 연주에 만족을 못했기 때문인 거 같다. 지금에 와서야 편하게 악기를 다룰 수 있고, 음악을 표현하는데 좀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하하.”
그의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73)에 대해서는 가장 엄한 비평가라고 했다. “결혼 생활을 한 지도 40년이 지났는데, 제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내 음악 인생을 동행하는 사람이자 가장 엄한 비평가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음악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보다 많지만 음악 외에는 욕심이 없다. 굉장히 심플하게 생활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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