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4개의 미개척 루트’…佛항공기 제작사, 韓섬·도시 그물처럼 잇는다

지난 7일 ATR 프랑스 툴르즈 본사 견학
동체·날개·엔진 합체되는 조립공장 둘러봐
터보프롭 항공기, 경제성·친환경 뛰어나
韓섬·도시 잇는 34개 잠재 루트 파악
  • 등록 2023-11-12 오후 12:00:00

    수정 2023-11-12 오후 12:00:00

[툴루즈(프랑스)=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자리한 중·소형 항공기 제작사 ATR 조립공장에 들어서자 마침 약 25m 길이의 기다란 동체가 들어오고 있었다. 만년필 모양의 동체는 조종자, 승객, 화물 등을 싣는 항공기의 몸체 부분으로 여기에 날개가 달리자 사람들이 익히 아는 항공기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날 조립공장 가이드를 맡은 막심 티스제 ATR 항공기 인도센터 센터장은 “저 동체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만들어진 뒤 로마와 바르셀로나를 걸쳐 이곳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 ATR 조립공장 A라인에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만들어진 동체가 이동하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ATR은 1981년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두 항공사가 합작해 만든 중소형 항공기 제작사로 유럽과 북미 등 각지에서 생산된 부품들이 바로 프랑스 남부 대도시 툴루즈의 조립공장에서 하나의 기체로 조립된다. 보르도(에어버스)에서 만든 날개가 동체에 달라붙고 캐나다 몬트리올(P&W)이 만든 엔진이 장착되는 식이다. 지붕 높은 거대한 격납고 조립공장에서는 20여대의 항공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ATR이 만드는 항공기들은 모두 리저널(555㎞ 이하) 루트를 이동하는 중·소형 항공기들로 외진 섬이나 협소한 항로를 운항하는 데 특화돼 있다.

ATR 조립공장 A라인에서 ATR 직원들이 항공기 꼬리 부분을 조립하는 모습.(사진=김성진 기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는 주문이 말라 한 해 동안 인도한 항공기 대수가 10대 밖에 안됐다고 했는데 올해는 다시 40대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평균 인도 대수 70~80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 절반 수준이지만 확실히 수요는 살아난 것이다.

프랑스 툴루즈 ATR 조립공장 A라인 내부 모습.(사진=김성진 기자.)
ATR의 조립공장은 크게 A라인과 B라인 두 공정으로 진행된다. A라인에서 날개, 꼬리, 엔진 등의 부품 장착이 끝나면 B라인에서는 좌석과 콕핏(조종석) 등 구매자 주문에 따라 내부를 꾸민다. 그다음 2주 정도 페인팅 작업을 마치면 항공기에 문제는 없는지 검사하는 과정이 따라붙는다. 엔진 등 동력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고객의 주문 사항이 빠짐없이 반영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항공기를 주문한 고객이 승인하면 최종적으로 인도가 이뤄지는데 주문부터 최종 조립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3~4개월 정도라고 한다. 각각의 부품을 제조하는데 1년 정도 걸리고 블라냑에서 한 기체로 조립되는 데 3~4개월이 소요된다.

ATR이 조립을 다 마치고 아프리카 리즈 에비에이션에 인도할 예정인 항공기 ATR 72-600.(사진=김성진 기자.)
이날 투어 중간에는 조립을 마치고 고객에게 인도되기 직전의 완성된 항공기 내부를 들어가 볼 기회도 있었다. 아프리카 리즈 에비에이션에 인도 예정인 항공기 모델은 ATR 72-600으로 고객 주문에 따라 총 80석의 내부 좌석과 입구와 출구 부분에 화물 공간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었다. 캐빈의 높이는 1.91m, 통로 폭은 46cm로 대형기와 비교하면 다소 좁게 느껴지긴 했지만 단거리 비행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제벤(GEVEN)사에서 만든 경량 좌석이 눈에 띄었다. 등받이 두께는 기존 좌석 대비 절반 수준인데 실제로 앉아 보니 딱딱하거나 불편하지도 않았다. 좌석의 폭도 46cm로 비좁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ATR이 제조하는 항공기는 크게 4종류로 50인승의 ATR 42-600, 78인승의 ATR 72-600, 화물기 ATR 720-600F, 짧은 활주로(800m)에서 이착륙 가능한 ATR 42-600S 등이다. 특히 ATR 72-600의 경우 78명의 승객을 태우고 1200m의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어 섬 운항에 강점을 보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는 오는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 중인 울릉공항의 활주로(1200m) 길이도 충족하기 때문에 국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낼 주요 항공기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기 동체와 조립될 예정인 항공기 날개 부분.(사진=김성진 기자.)
무엇보다 ATR의 항공기는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터보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터보프롭 방식의 엔진을 활용하고 있어 상당히 친환경적이다. 터보프롭 항공기는 비행 당 연료 소모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트기에 비해 45%(약 555㎞ 경로 기준)나 낮다. 여기에 ATR 항공기는 현재 지속가능항공유(SAF)를 50%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이 용량을 2025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알렉시스 비달 ATR 커머셜 부문 수석 부사장은 “45%의 이산화탄소 절감은 연간 100만대의 자동차가 없어지는 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제트기에 비해 외부소음이 훨씬 적은 것도 장점이다. 제트기의 외부소음 면적이 21㎢라면 ATR 터보프롭 항공기의 소음면적은 7㎢에 불과하다. 섬지역은 자연보호구역으로 묶인 곳들이 많은 만큼 소음공해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알렉시스 비달 ATR 커머셜 부문 수석 부사장이 AT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ATR.)
ATR은 울릉공항 개항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리저널 항공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섬과 내륙을 잇는 루트 18개,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을 잇는 루트 5개, 한국에서 일본 및 중국과 연결되는 루트 11개 등 새로운 여객루트 34개의 잠재적 루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리카 소메르살로 마케팅 부문장은 “내부적으로 새 항로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툴이 있다”며 “지역 GDP, 통화량, 빛공해 등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고 평균적으로 연간 10만명의 승객 수요가 있으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ATR은 1981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1800대의 항공기를 판매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500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2022년에만 ATR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150개의 신규 노선을 새로 만들었으며 ATR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 최대 30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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