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 등록 2023-03-10 오전 8:58:37

    수정 2023-03-10 오전 9:58:25

[이데일리 이정민 인턴기자] 10년 넘게 이어지던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깨지고 있다. 동아대와 일부 교대가 올해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교육부는 이에 유감을 표하면서 등록금 동결 기조 준수를 요청했다.

등록금 동결은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 이후 본격화됐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 등록금 인하 공약이 등장했다. 2011년에 ‘등록금 인상 상한제’가 도입됐고, 2012년부터 등록금 인하·동결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2유형)을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는 사실상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와 고물가 상황이 겹치면서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 측은 14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에 학령인구 및 유학생 감소, 고물가 등이 겹쳐 재정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반면,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학 등록금이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높은 편일까, 낮은 편일까? 이데일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과 한국의 대학 등록금과 비교해봤다.

출처=이미지투데이


◇‘OECD 교육지표 2022’ 토대로 비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2’를 토대로 각국의 대학 등록금(학부 기준)을 비교했다. OECD는 매년 회원국과 일부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교육 여건과 경쟁력을 조사한다. 그 중 대학 등록금 조사는 2년마다 시행된다. 마지막 조사는 2021년에 진행됐으며 기준연도는 2019~2020년이다. ‘OECD 교육지표 2022’에 나온 등록금 자료가 2021년 자료와 달라 교육부에 문의했다. 교육부 교육데이터담당관실 관계자는 “2021년 공식 발표 이후 오류를 수시로 수정하고, 구매력 평가 환율(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이다 보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구매력 평가 환율은 각국의 물가 수준을 고려한 지표다. 이에 따라 가장 최신 자료인 2022년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했다. 원화 환산은 교육통계서비스에 명시된 2019년 PPP 환율(864.63원/$)로 계산했다.

먼저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살펴보면, 한국의 연평균 등록금은 4,814달러(약 416만원)로 조사된 27개국 중 영국($12,255), 미국($9,212), 아일랜드($8,363), 칠레($8,131), 일본($5,144), 호주($5,031), 캐나다($4,924)에 이어 8번째로 높았다. 사립 대학의 경우, 8,621달러(약 745만원)로 14개국 중 미국($31,875), 스페인($10,344), 에스토니아($9,281), 호주($9,239), 일본($8,741)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



◇순위는 상위권.. 수치가 드러내지 않는 것은? 순위만 보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순위만으로 등록금 수준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OECD엔 대학 등록금이 무료인 유럽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순위만으로 등록금 수준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황 사무처장은 “대학마다 사정이 달라 단순 평균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며 “국가별 경제 규모, 정부 재정 지원, 경쟁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수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보다 등록금 순위가 낮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등은 국공립대 등록금이 무료다. 교육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독일의 경우, 2014년부터 대학 등록금을 폐지했다. 학생에게는 교통카드 비용 등 학기당 300~500유로 정도의 행정비용만 부과한다. 국가마다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등록금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수다. 등록금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자칫 정확한 해법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원 등 등록금 너머의 것들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대학에 대한 국가 투자는 OECD 하위권 이에 따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를 비교해봤다. 공교육비는 사교육비를 빼고 정부나 민간 등에서 교육기관에 투입하는 재원을 뜻한다. 2019년 한국의 1인당 연간 공교육비는 1만1287달러(약 1626만원)이다. 이는 OECD 평균치인 1만7559달러(약 2530만원)보다 낮은 수치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0위다. 초·중등교육의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과 대조된다.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에서 정부 재원의 비율 역시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 지출 비율은 38.3%로, 민간 지출 비율인 61.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OECD 평균은 민간 부담률이 30.8%이고 정부가 66%에 달한다.

초·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가 적은 것은 사립 대학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 대학의 86.3%가 사립대학이다. 대학 교육 비용이 민간에서 조달되는 비중이 높을수록, 이는 학생에게 부과되는 등록금과 직결된다. 실제로 호주, 칠레, 콜롬비아, 일본, 한국, 영국, 미국의 경우 전체 공교육비의 절반 이상이 민간에서 조달되며, 대부분 등록금이 비교적 높은 국가이다. 반면, 핀란드,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와 같이 등록금이 낮은 국가에서는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민간 부담 공교육비의 비중이 10% 미만이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OECD에서 발표한 국제 지표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상위권이다. 다만, 등록금만 단순 비교했을 때, 국가와 대학의 구체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수치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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